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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베 May 03. 2021

일상이 아닌 여행

생각의 전환

From 8 to 19


나의 아침은 8시에 일어나 바나나와 미숫가루를 갈아서 마신 다음 책상에 앉아 강의 들으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19시쯤 까지 할당량을 마치면 컴퓨터에 지친 눈을 위해 가끔은 공원으로 산책 나가기도 한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다는 20대가 거쳐가고 있지만 실제는 엉덩이가 의자에 딱 붙어있는 이렇게 따분하고 좀이 쑤시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루가 매번 새로울 수는 없다지만 몇 달 동안 반복되다 보면 어느샌가 무기력함이 종종 찾아와 문을 두드리곤 한다.


그때는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을뿐더러 집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다. 외부의 모든 자극들을 차단시켜 버리고 혼자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곤 한다. 친구, 가족들과 연락을 잠시 끊은 채 소파 위에 누워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온종일을 보내기도 하며 요리할 의지가 없기에 밥을 굶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추스르고 재빨리 다시 루틴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깊은 우울감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은 아침 4시에 일어나 자기 계발이나 필요한 운동들을 하는 등 시간을 쪼개서 생활을 한다. 적어도 그런 사람들과 견주어 보지 못할 망정 혼자 시간을 아무렇게나 소비하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무기력감이 불쑥 고개를 내밀고 말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문득 나의 삶을 달리 가정해보았다.


만약 내가 독일에 잠시 동안 여행 온 거라면

나는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 유한한 시간 동안 의미 있고 즐겁게 살아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

이 시간을 행복하게 누구보다 즐기면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 나는 한국에서 삶에 치여 몇 년 동안 독일에서 잠깐 머물기로 계획했고

때때로 여행 기록을 목적으로 글을 쓰기도 하며 자기 계발을 위해 공부를 취미로 한다고 가정해 본다면

그렇다면 이 삶은 전혀 일상이 아니라 여행이다.  


일상에 있어서 생각의 전환은 어찌 보면 삶에 큰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 보인다.


일상에 치여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짊어진 짐이 크나큰 스트레스로 나를 감쌀 때

나의 손을 벗어난 일로 무기력감을 느낄 때

머릿속이 온갖 일로 시끄러울 때


가끔은 남들이, 가끔은 햇빛이, 공원, 꽃이, 모두 위로가 된다.

그들은 나의 삶을 관철하듯 객관적으로 봐주는데 그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남들이 보는 시선을 통해서 나를 바라보게 된다면 걱정하는 것들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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