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맞이 헌정 시
그대가 필연적으로 지어진 그 장녀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무게들을 짊어져야 했다는 것을 알고 있소.
여러 짐들로 인해 남들보다 어쩌면 살짝은 더 고달픈 삶을 살아야 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소.
항상 뒤에서 그대를 따르는 사람은 감히 그 무게를 상상할 수도 없겠지.
당신의 훌륭한 발자취를 우러러보는 사람으로서 가끔 나는 그대가 안타깝기도 하오.
그대는 부부 사이, 남매 사이에 뛰어난 중재자였으며,
그대는 가족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모든지 혼자 잘하는 사람이었으며,
그렇기에 더욱 가족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 가시덤불인 앞길을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이 아무렇지 않게 헤쳐나가야 했던 사람이었어.
그래서 그대가 안타깝소. 그 이름이 그대의 삶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아닌지.
그대는 누군가를 대신해서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현실이라는 덫에 빠져 그대가 자신을 돌보지 않고 망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가끔 그런 상상을 하오. 내가 그 이름을 가졌더라면 어땠을지.
그거 아오. 그 누구도 그대보다 훌륭하게 이만큼 오지 못했을 것이오.
당신이 보여주는 강인함, 책임감, 따뜻한 마음.
나는 그대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속 어디선가 봄바람 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오.
그대와 얘기할 때면 100년 묵었던 고민들이 어디론가 쓱 사라져 버리기도 하지.
그대는 얼마나 그대가 중한지 모르고 있오.
얼마나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그대는 잘 모르나 보오.
당신의 앞길에 힘든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가슴이 아파져서 감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오. 당신은.
그 누구보다 귀한 사람.
당신은 그 누구보다 귀여운 면모도 가지고 있오.
쉴 새 없이 종달새처럼 지저귀어야지 풀리는 피로라던가.
남들의 관심이 그대를 춤추게 만든다거나. 그래서 항상 칭찬을 요구하는 말을 뻔뻔히 한다는 점이 말이오.
나는 그 무게를 대신 짊어줄 수는 없지만, 같이 떠나지 않고 고통을 함께하는 사람이 되고 싶소.
그래서 그 무게를 잠시 동안은 잊을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사람.
오늘 그대의 생일이 앞으로 올 몇십 년 동안 계속될 특별한 하루이지만 그대의 생일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오.
내 마음을 다 전하기에는 청명한 하늘도 넓은 바다도 모자라지만 그래도 이 글이 당신에게 조금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를 희망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