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리봉봉 Feb 28. 2024

키성장클리닉 함소아에 가다.

엄마, 아빠보다 작다구여?

"그래! 체리랑 봉봉이도 한번 가봐!"

"지금 굳이요?"

엄마랑 아빠가 작은 키가 아닌데 굳이 가야 하나 싶었다. 아니 당연히 키는 크겠지 싶었다.

"가볼까요?"

"그래, 가서 체크해보고 해 줄 수 있을 때 하는 게 맞지..." 그렇다. 나는 키에 진심이다. 내 이상형에 178cm 이상이라고 항상 적었다. 사실 더 크게 하고 싶었지만 그나마 양심이 남아있었다. 그러다  신랑을 만나 연애를 하면서 15cm 힐을 사서 신어보는 만족을 누리기도 했다. 불과 5번도 못 신고 신발장에 처박히다 버려지는 신세를 면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야~ 봉봉! 너 늦게 자고 편식하면 땅꼬마 된다." "아빠가 키 크니까 엄마랑 결혼했지 작았으면 결혼도 못했어!" "남자는 키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러면서 늘 자기보다 우쭐대는 꼴은 못 본다며 "너 183까지만 커라!" "나보다 큰 꼬락서니는 내가 못 보겠어!" '참 자기 자식인데 봉봉이 아빠도 웃긴다. 남자들 심리인가?' 체리는 그래도 걱정이 안 된다. 마르긴 했지만 나름 건강식을 잘 챙겨 먹고 골고루 잘 먹는다. 신랑은 너무 클까 봐 또 걱정이란다. "치아교정에 교정렌즈에 진짜 너네 돈 많이 든다." "너네 인조인간이냐?" 엄마는 속에서 부글거리다 그래도 타이밍이라며 할 수 있을 때 하자는 마음으로 다스려본다. 미루고 미루다. 그래도 지금쯤 한번 성장판 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며 함소아에 문을 두드린다.

진료 예약을 하고 앱을 깔아 생활습관, 식습관 등 용변내용까지 아주 야무지게 체크를 해야 했다. "와~ 이런 것까지 다 하네?" 신뢰감이 무한상승하면서, 두 명이나 이런 걸 하나하나 체크해야 하니 귀찮기도 했다. 그래도 즈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뭐 안 할 수가 없었다. 가는 길 투닥투닥, 티격태격하며 체리와 봉봉은 한의원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책을 읽으며 다소곳한 모습을 보인다. 차분하고 얌전한 아이들 모드로, 하지만 간호사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의 과잉 친절과 배려덕에 아이들의 개념이 상실해 버린다. 의사 선생님의 캐릭터가운이 마치 에버랜드나 키즈카페의 안내원이라도 된 듯 친근하게 느끼고 아주 자기 세상인 듯 편하게 내려놓는다. 진료가 시작되고 본캐가 나오며 의자를 돌리기 시작한다. 한 눔이 그러니 다른 한눔도 덩달아 아주 릴랙스를 취하며 자기 집 안방인 듯 편하게 있는다. "정말 죄송해요. 너무 친절하게 편하게 대해주셔서 자기 집인 줄 아나 봐요." "야! 똑--- 안 앉아?" "그-만-하-라-했-다!!!" 엄마의 이마엔 석 삼자가 보이며 선생님을 향해서는 안절부절 착한 척, 죄송 비굴모드로 다가갔다. "유치원생도 아니고 초등학생이 이건 아니지!!!" "정신없게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민망했다. 둘이 장난치고 배드에 앉고, 둘이 떠들기 바빴다. "아휴! 너네 이따 두고 보자!!!"

선생님은 여전히 친절하고 또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체리는 뱃고래가 작아서 한 번에 많이 못 먹어요." " 맞아요. 선생님 얘가 신생아일 때부터 안 먹고 물고만 있어요." "살이 잘 안 붙는 체질이고요." "저장된 체력, 에너지가 없어서 쉽게 지치고 이러다 나중 사춘기에 더 예민해질 수도 있어요."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엄마는 순간 노심초사 걱정근심이 가득하다."일단, 밥 2 숟갈씩 더 먹이세요~" "아! 네에~" "뼈나이는 지금 나이랑 같고요. 초경은 1년쯤 있다 하게 될 거 같아요." "1년이요?" "아빠랑 엄마 다 늦게 했는데.... 전 중3에 했거든요." "일단은 늦을 수도 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그래요." "키는 164쯤 될꺼같아요." "164요? 저보다 작아요?" "그래도 엄마보다는 커야는 거 아니에요?"  엄마는 중병환자 진료를 받은 양 근심이 가득하다. 걱정을 1도 안 했던 얘가 체력이 떨어진다니. 그리고 너무 염려되면 한약을 한재 먹이란다. "한약이요?" "한약이 얼마인데요?" "데스크에서 상의하세요~" "저 한약은 못할 거 같아요. 75만 원은 못 쓸 거 같아요" 애들 아빠는 키로 한의원 간다는 것만으로도 놀랄 노자거든요.


"봉봉이는 체리보다 뱃고래는 커요." "그리고 말씀하셨다시피 비염인데 간에 열이 많아서 코가 잘 붓고 막히고 자다가 자주 깨는 거예요." "네 맞아요. 자꾸 입으로 숨 쉬고 잠을 깊게 못 자요." "아이스크림 같은 건 먹지 않게 하시고 자다가 더워서 창가, 차가운 벽으로 붙을 거예요. 그러지 않게 챙겨주세요. " "자꾸 커튼밑, 창가로 가고 침대에서도 벽에 붙어서 자요." "아직 어리니까 성장판검사는 차후에 하시고 봉봉이는 178cm쯤 될 것 같아요."  "178이요?" 더 크길 바라는 건 희망사항이지만 그래도 아빠가 크니 180은 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야!!!! 봉봉! 엄마는 키 큰사람에 집착하는 거 몰라?" "엄마는 공부도 공부지만 키 엄청 따진다고!!!" "1박 2일 어리버리했던 나인우가 드라마에서 얼마나 멋있냐고!" "남자는 키빨이야!" "우리 아들 잘 생겼는데 키까지 크면 얼마나 좋냐고 진짜!!!" 괜히 화는 봉봉이가 다 받는다. 결국 그럴 줄 알았다는 마음이기도 하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앉고 돌아온다. '한약을 먹일걸 그랬나? 아니야 한약값으로 내가 잘 먹이자. 잘 먹이고 잘 자고....'

그리고 선포한다!!!
너네 9시 반 양치,
10시 무조건 취침이다!!!!
안 하면 다음날 공부 2배야!!!


[ 사진출처 : 함소아 어플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