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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Mar 06. 2024

겨울바다보고, 킹타이거새우 획득!

집밥이 천성인 듯...

  새 학기 전, 마지막 연휴~

어디 멀리 가긴 버겁고... 집에 있긴 아쉽고 아점을 먹고 시동을 건다~

"얘들아 가자!!!" 체리와 봉봉은 어디 가는지 무엇하는지도 모르고, 핸드폰도 압수되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나온다. 사실 어느 누구도 우리가 어디갈지 모른다. 3월의 첫날인데 눈발이 날리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온다.  "우리 어디 가지?"  "가평 가서 야경, 불빛정원 갔다 올까???" 하지만 경기도에 살면서 경기도권을 싫어한다. 왜냐 막히기에 멀어도 아래로, 동쪽으로, 서쪽으로 간다. "그래 그냥 바다나 보고 오자!" 그럼 서해대교를 지나 달린다. 내가 살던 곳이라 서해, 충청도는 진짜 안 갈 줄 알았는데 서해바다는 바다라고 칭하지도 않았건만, 적적하거나 드라이브가 필요하면 드라이브 삼아, 옆집 마실 오듯이 서해를 들락날락한다.

  이럴 줄 모르고 패딩을 다 빨아 급하게 엄마패딩 입고, 겹치기로 입고 바닷가를 달려간다. 아들은 어느새 크록스를 신어 양말이 젖는다며 알아서 양말을 벗고 바다에 뛰어들어간다. 언제 컸는지 자기 살 봐를 알아서 챙기고 헤쳐나간다.

  선경지명, 이 남자는 알고 준비했는지 오다가 편의점에서 산 새우깡은 갈매기의 먹잇감이 되어버린다. 우린 갈매기가 되어 한두 개를 집어먹으며 "이거 신선하고 맛있는데.... 빠삭해~" 하지만 우리 먹을 게 없다. 아이들은 우리 먹을 틈을 주지 않고 새우깡을 날름날름 가져간다. 조금 주면 다시 와서 가져가고 불쌍하게 자기가 던지고, 떨어트린 새우깡을 주우며, 다시 던지며 갈매기를 낚아본다. 그걸 보다 못해 결국 새우깡을 봉지채 넘겨버린다. "엄마 아빠보다 갈매기가 먼저구나~"

우리가 갈매기 먹이를 주는건지... 우리가 오면 갈매기가 새우깡을 먹어주는지 알수없다. 하지만 바닷가의 갈매기에게 당한건 확실하다.

그냥 갈매기에 먹이를 주고 있자니 아이들은 그냥 신이 난다. 핸드폰게임과 유튜브가 제일 좋지만 이걸 잊어버리게 하려면 데리고 나오는 방법밖에 없다. 슬슬 나오기 꺼려하고 집에 있으려고 하지만 아직 말이 통하기에 억지로라도 끌고 나오면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천진난만해진다.

그냥 바다가 좋아서...
추운 바람이 좋아서...
갈매기가 좋아서...

둘이 사이좋고, 누이 좋은 척 원맨쇼를 벌인다. 엄만 그걸 증거로 남겨 '옛날에는 니네 사이좋았어'라고 남기려는듯 열심히 셔터를 눌러댄다. 진짜~ 엄청 싸우고 엄청 투덜거려도 엄청 잘도 논다. 그래서 가족인가보다.

그러면 수산시장에 들러 구경하다 엊그제 티비에서 본 킹타이거새우가 눈에 들어온다.

"이거 얼마예요?"  "키로에 만오천 원이요"  "우리 사볼까?" 순간 신랑과 눈으로 이야기한다. "사자사~"  "2마리 사자~" 해삼과 뿔소라까지 사서 차에서 회로 한입씩 뚝딱하고, 집에 가서 이거 해먹자하며, 드라이브를 마치고, 막히는 길을 뚫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럼  요리 시작!

생각보다 크다. 손질 좀 해줄 줄 알았던 신랑은 나를 보며 "할 수 있지? 등에 내장이고 모래주머니 뭐 다 해야 는 거 알지?" 겁네 까탈스럽게 굴면서 자기가 좀 해주지 나보고 하라는 이 남자의 쎈스 하고는... 근데 다리도 많고 크니 귀뚜라미, 거미 다리 같고 소름이 돋는다. 더군다나 이 남자가 옆에서 북돋는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다리가 살아 움직이는 거 같아~"  "아 소름 돋아! 하지 마라~~~!"  "그럼 좀 해주든가!!!" 해준다 하더니 깔끔쟁이 남자는 다 잘라버린다.

순수 살코기만 남기고 다 잘라버렸다. 물도 한참을 틀어, 다 싸악 싹 빡빡 씻어버리고, 새우맛도 안남 긴듯하다. 먹기는 편하겠지만 뽀대발은 사라진다. 그럼 기름 살짝, 버터, 마늘 뭐 내 맘대로 냉동파, 소금, 후추를 넣고 소스를 만들어 뿌리고 바른다. 그리고 뚜껑을 덮고 익힌다.

'오븐에 하면 되지만 백종원 버터새우구이를 보니 이렇게 해도 되드라! 뭐 요리에 방식이 있나? 내 스타일대로 내맘대로 어떻게든 하믄되지뭐~'

그 사이 뿔소라도 삶아보고, 토치로 새우를 익힌다. 불맛내기 쇼쇼쇼~~~~! 오븐은 안 써도 토치를 쓰니 뭐 좀 하는 거 같다. '아주 좋구먼~'

그럼 스파게티소스를 만들어본다. 건강식으로다가 마늘, 버터, 귀찮으니까 양파대신 냉동파를 한주먹 넣고 볶는다. 조금 더 깔끔한 토마토소스를 쏟아붓고 양이 적은 새우에 아쉬울까 봐 떡갈비를 다져 섞어본다.

조금 더 맛있고 건강하게 에그파스타를 삶아 소스에 붓고 섞어주면 땡!

킹타이거 새우까지 얹어놓으니 일품요리가 되어버린다. 물론 한식파 우리한테는 어울리지 않기에 피클대신 쿨피스와 매실장아찌, 마늘장아찌를 꺼내고 이젠 더 이상 체력이 남지 않았다. 엄마도 힘들다며 초고장 용기채 놓고 먹어버린다. "엄마 매워~" " 아! 엄마가 새우가 느끼할까 봐 고추장을 살짝 넣었어~!" "그래야 쿨피스 먹지?" "엄마 잘했지???" 아이들이 엄마요리에 토를 못 달게 뿌리박아버린다.

아점를 집에서 먹고 드라이브로 서해까지 가서 사 온 재료로 저녁해 먹는 클래스~ 진짜 엄마도 집밥이 천성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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