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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May 31. 2022

책리뷰_호밀밭의 파수꾼

‘비행’을 규정짓는 ‘어른’의 시선

아주 가파른 벼랑 끝 옆에 서 있는 거야. 그러다가 누구든지 벼랑 너머로 떨어지려고 하면 그 애를 붙잡아 주는 거지. 하루 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나는 다만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을 뿐이라고


Storyline

1951년에 발표된 장편소설이며 작가의 체험을 소재로 쓴 성장소설이다. 퇴학당한 한 소년이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에 눈떠가는 과정을 10대들이 즐겨 쓰는 속어와 비어를 사용하여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 문제아 홀든 콜필드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3일 동안의 기록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Review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상담실에 내방한 고등학생 남자아이가 이곳으로 데려온 부모와 사회에 대한 원망을 상담자에게 표현하며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털어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 아이의 이야기를 귀로 듣고만 있을 뿐 깊이 있는 수준의 이해와 공감을 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마치 상담할 때 내담자의 이야기가 머리에서 나열될 뿐 가슴속에서부터 이해되지 않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결국 그러한 찝찝한 느낌은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야 버릴 수 있었고, 그제야 비로소 홀든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펜시 학교에서 4과목 낙제로 퇴학조치를 당하고 집에 돌아가기 전 뉴욕의 거리를 헤매는 3일을 담고 있다. 어른의 눈으로 이 책을 보았을 땐 그저 비행청소년의 방황이 답답할 노릇이고 홀든이 하는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고 한심해 보였다. 내가 이렇게 느낀 이유를 생각해보았을 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지배층은 물질적인 생산수단을 소유, 통제하며 교육(교사), 정치(정치인), 법률(법조인)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그들의 가치와 신념을 전파하며 이것이 정답이고 옳은 것인 것처럼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보여준다. 책 안에서 여러 교사들이 홀든을 설득하거나 혹은 설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듯이 이러한 이데올로기 안에서(지배층의 시각에서) 홀든을 바라보았을 때 홀든은 그저 일반적인 기준에 반(反)하는, 어리석은 인물일 것이다.

홀든을 수식할 수 있는 여러 단어들을 생각해보면 지위 비행(술/담배), 성적 호기심, 퇴학생, 반항아 등 결코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것들 투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일까?


여러 대목에서 말하고 있듯이 홀든은 어른들의 위선과 속물적인 태도를 거부하고 그런 가치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장미를 지키는 어린 왕자가 청소년이 된다면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과 내면의 순수함을 지닌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동생 피비조차 방황하는 오빠를 보며 과학자, 변호사가 되는 것이 어떠냐며 제안했을 때 홀든은 변호사가 죄 없는 사람 목숨을 구해주는 것이 아닌 돈을 많이 벌어 골프 치고, 자동차를 사들이는 유명 인사 행세를 하는 것뿐 이라며 말한다. 비단 변호사만을 일컫는 대목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겠어!’라는 한 아이의 외침을 과연 누가 들어줄 것이며 지지하겠는가. 나는 그 외롭지만 위대한 외침에 홀든이 가여우면서도 존경스러웠다.


나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온전히 나이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순수한 열정보다는 물질적인 가치를 우선시할 때가 많아진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수단처럼 생각될 때 말이다.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윗사람의 생각과 가치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나도 마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행동할 때이다. 진심 어린 마음이 아니라 잘 보이기 위한 아첨과 위선인 것이다. 홀든과 같은 청소년을 만나 그들과 생각을 나누고 때로는 그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는 나로서는 마땅히 경계해야 할 부분인데 해가 지나갈수록 참 어렵다고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은 어쩌면 내가 되어야 하는 아니 우리 어른들이 가져야 할 이상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의 시각에서 아이들에게 가치관을 주입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닌 안전한 환경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지켜봐 줄 수 있는 그런 파수꾼이 세상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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