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요’의 늪에서 건지기
학급교실이 아닌 꿈키움교실을 선택한 너희들
'그래, 그럼 공부 말고 뭐 하고 싶니?'
학생들에게 '뭐 하고 싶니?'라고 물었을 때 'OO요!'하고 답이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던진 개방형 질문에 후회가 올라올 만큼 ‘몰라요’로 일관하며 무지개 반사하는 녀석들. 나는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 새롭게 시작할 때 반드시 지나치는 것 같다.
바로 ‘몰라요’의 늪
에릭슨(Erikson)에 따르면 청소년 시기에 자아정체감(Ego Identity)을 형성한다고 한다. 이 시기를 잘 보내게 되면 정체성이 확립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 불확실함에 휩싸여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끊임없이 ‘나’가 누구인지 알아가고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나의 시절을 뒤돌아봐도 혼란의 연속이었다. 하라니까 공부는 했지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찾을 생각을 못했었다. 그때의 나에게 선생님이 뭘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도 ‘몰라요’라며 무지개 반사 했을 것 같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고 학생들에게 줄 여러 가지 대안을 만든다. 정해진 틀 안에서 고르는 것은 꽤 선호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김 군은 무조건 축구, 먹는 게 행복인 최 군은 제과제빵... 뭐 당연하겠지만 본인의 즐거움에 따라 결정한다. 학생들의 선호도를 파악한 뒤 그때 나의 의견도 섞는다. 나의 프로그램 선정 조건은 꾸준히 함으로써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 잔잔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것! 내가 정한 우리 교실의 모토는 ‘안전한 환경’ 속에서 '약간 도전적인 과제'를 통해 느끼는 '성취감'이기 때문이다. 순간의 즐거움도 물론 중요하지만 잔잔하게 오래 여운이 남는 기억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정한 2024 올해의 꿈키움교실 프로그램은
우쿨렐레 / 3x3x3 큐브 / 인형 만들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