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단번에 합격하다.

by 듀홈마

언제나 글이 너무 쓰고 싶었다. 내가 쓴 글이 두서 없고 볼 품 없어도 그냥 그랬다. 일기도 쓰지만 누군가 읽어주길 바랬다. 그러다 브런치를 작년 즈음 알게 되었다. 작가라는 수식어도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 물어오면 나를 작가라고 대답할 수 있는 방패막, 브런치. 그래! 도전해보자! 남편에게도 이런 사이트가 있노라, 나는 글을 쓰겠노라 대성명 발표를 했다. 숫자와 친하고 글자와는 거리가 있는 남편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하지만, 내성-내향인간으로 살아온지 어언 30년. 나는 행동 앞에 핑계가 많았다. 도전했다가 '아쉽게도 탈락입니다' 메일을 받게 되면 내가 받을 정신적 상처를 떠올렸다. 아아.. 괴롭겠지? 혹시라도 남편이 물으면 또 뭐라고 그러지? 그럼 그 다음에 또 도전할 용기가 날까? 그리고 이미 날고 긴다는 사람들 천지빼까리 일텐데 나는 거기에 비하면 너무 모지리야. 안 될거야. 이런 생각으로 나는 글 쓰기를 미루고만 있었다. 어찌저찌 다 쓰기는 했던 글은 너무 엉성했다. 나는 기껏 다 쓴 글을 저장만 해놓고 작가 신청은 하지 않은 채 묵혀두었다.


그리고 정말 귓등으로 듣는것 같았던 남편이 수일이 지난 어느날 물어왔다.

"글 냈어?"

"아니.. 그냥.. 안 하려고"

"그래? 그래."

대화가 끝난 후, 나는 '차라리 내지 않길 잘했어'라고 안도했다. 적어도 실패한건 아니니까.


그러다 1년 뒤에 또 다시 글을 너무 쓰고 싶어지는 그 변곡점이 찾아왔고.. 그래! 해보자. 안 되면 또 해보지 뭐. 돈 드는 것도 아닌데. 근데.. 나 뭐 써야 하지? 어떻게 브런치에 합격할 수 있지?에라 모르겠다. 그 전 글로 신청해보고 안되면 다른 글을 또 써보지 뭐.


그리고 다음날, 메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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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돼.. 내가 왜? 왜 됐지? 담당 직원이 착오가 있어서 메일을 잘못 보낸건 아닐까? 요즘은 글을 안 읽는 시대라던데 작가 지원자가 많이 없었나? 나는 이렇다 할 포트폴리오도 없고 그 흔한 인스타며 페북도 안하는 은둔형 인간인데.. 왜.. 나지?그러면서 깨달았다. 그렇다. 나는 행동을 시작 하기까지도 이유를 갖다 붙이고 결과에도 이유를 붙이는 그런 류의 인간이었다. 아주 살기 피곤한.


그러면서도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는 큰 그런 인간. 그래서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나! 됐어! 작가 됐어! 하고. 필명도 알려줬다. 네이버에 브런치 ○○○치면 내가 나올거라고. 곧 이어 엄마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학부모 소리 듣는 내가, 받아쓰기 백점 맞은 어린 아이처럼 신나서 떠들었다.


그리고 나서 두개의 글을 더 발행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예전엔 투박해도 솔직했다. 그런데 어쩐지 여러겹이 덧 씌운채로 잘 보이려 애쓰는 느낌이랄까..


마치..

나 잘 써요. 이런 단어도 이런 문장에서 쓸 줄 알아요. 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나에요. 나. 나!

하는 느낌..?


그러면서도

이 글을 읽는 그쪽이 날 만약 알아 보더라도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나도 조심할게요.

의 느낌도 났다.


그러면서 필명을 바꿨다. 이젠 예전에 남편에게 알려줬던 그 필명은 브런치에 쳐도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남편은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 나의 글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방법까지 친히 알려줬는데도 불구하고. 이 무관심을 감사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내가 글을 쓰며 솔직해지길 바란다. 내가 자꾸 무엇을 덧입히지 않길 바란다. 그래야 애초에 내가 원했던 글쓰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나를 잘 알아가는 것. 더 정확히는 세상에 속한 나 자신을 잘 이해하는 것. 그것이 내가 쓰는 글의 목적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면 좋겠다. 더 욕심을 낸다면 수필집도 내서 베스트셀러도 하고 싶다. 더더욱 욕심을 내서 초판에 재판에 중쇄도 찍고 인세도 받고..! 유명해지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 아차차. 너무 멀리 나간 것 같다. 그래, 나는 나를 오롯이 알아가고 싶다. 그거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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