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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곰 Nov 21. 2018

남성은 이성, 여성은 감성?

남녀차별과 깊게 관련된 감성의 격하

 



 여성은 감성, 남성은 이성이라는 명제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거의 그렇게 듣고 자라왔으니깐. 때문에 사람들은 한치의 의심 없이 여성이 예술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반대로 남성은 공학, 논리학 부문에서 강세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맞는 말일까? 그렇다면 왜 반에서 공부 잘한다 싶은 사람은 여자일까? 여자가 독해서? 여성의 체력은 보통 남성의 70%밖에 되지 않아 남성보다 더 오래 앉아있을 수 없다. 그러면 여성이 더 이성적이라 공부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 아닐까?


  여성은 감성적이고 남성은 이성적이라는 명제가 남녀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앞서 말했다. 하지만 주변을 차근차근 잘 둘러보자. 과연 남성이 이성적인 생물인가? 전 세계에서 바보짓으로 죽어나가는 건 열 중 아홉이 남성이요, 의리만 믿고 보증 서줬다가 제 한 몸은 물론 집안 전체를 홀라당 말아먹는 사람도 대개 남자다. 게다가 주식, 도박에 빠져 가산을 모두 탕진하는 사람의 성별은? 말해봤자 키보드를 치는 손가락만 아프다. 이걸 보고도 정말 남자가 이성적이라 생각할 수 있는가?


  너무 부정적인 예시만 들었다. 이번엔 다른 예시를 들어보자. 필자의 학교에서 언제 한번 시 경연 대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시 낭송, 시 짓기 이 두 가지 부문을 하나로 묶어 심사했는데, 금상은 여자 1명, 그리고 그 아래로는 남자들이 쭉 은상, 동상 순으로 수상했었다. 


  아까 말했듯이 학교에서 무슨 약을 먹었는지 시 낭송과 시 짓기 부문을 하나로 묶어서 심사한 데다 하필이면 시 낭송에서 금상을 받은 여자애가 낭송한 시가 국어 선생님께서 너무 쉬우니 절대 낭송하지 말라고 했던 '서시'였기에 그 여자애의 금상 수상에 대해서 한때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은상을 수상한 사람은 2학년 형이었는데, 그 형은 시 짓기 부문이었다. 그 형이 지었던 시는 간장게장을 주제로 한 시였다.


  정확히 그 시가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간장게장과 밥으로 비유했던 것이다. 중학생 치고는 꽤나 참신한 비유였기에 한동안 뇌리에 깊게 남았었다. 물론 필자만 이런 것은 아니었다. 오죽하면 필자의 친구들을 비롯한 교내의 남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그 형이 금상을 받아야 했었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사실 주변을 보면 그것이 쓸모 있는 생각이건 아니면 쓸데없는 잡생각이건, 누구를 기쁘게 하는 말이건 아니면 상대방 꼭지를 360도 비트는 말이건 참신하다 하는 아이디어를 내는 건 대개 남성이다. 왜 인터넷 밈의 대부분이 디시인사이드를 비롯한 남초 사이트에서 나왔겠으며 이름난 예술가는 대개 남성이겠는가. 남성이 감성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성이 상상력에 더해지면 창의력이 되지만 이성이 너무 비대하면 오히려 상상력을 막는다. 때문에 이성의 크기는 상상력을 막지 않을 정도의 크기여야만 한다. 남성은 대개 감성적이며, 상상력은 감성에서 나온다. 때문에 적당한 크기의 이성을 가진 남성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남성이 이성, 여성은 감성이라는 명제는 사실 남녀차별과 깊은 관련이 있다. 남성우월주의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위치에 존재했고, 이를 위해 여성의 존재 가치를 격하시킬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보통 이성을 감성보다 상위에 놓는 경향이 있는데, 때문에 남성우월주의자들은 여성을 비논리적이고 감성적인 존재로, 자신들을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라 칭하며 여성성을 깎아내렸다. 여성차별이 여성성과 함께 감성을 격하시킨 것이다.


  여성을 격하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여성성과 묶이긴 했으나, 감성은 본래 남성의 속성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세상을 바꾸는 힘은 결국 감성에서 나온다. 비록 남성이 감성적이기 때문에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때로는 그것이 파멸적인 결과로 돌아와도 남성의 속성을 굳이 부정하고 격하시킬 필요는 없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세상에 만들어내는 것은 대개 남성의 몫이고, 그 원동력은 바로 비합리적이라 여겨지는 감성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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