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처음 키우게 됐을 때,
밥상 앞에서 낑낑대는 게 안쓰럽다며
상 밑으로 우리 몰래 자꾸 음식을 주던
할머니께 직접 화를 낼 수 없어서,
혹여 잘못되면 어쩌나 두렵고 겁이 나서,
강아지를 제대로 키우는 법을 모르던
어렸던 나는,
강아지에게 늘 더 큰 화를 냈다.
그 어리고 작은 것에게
그게 뭐라고 혼을 냈는지.
혼낸다고 음식 앞에서 고분고분 물러설 리 없는
그저 어린 새끼 강아지였을 뿐인데.
늘 혼내고 안아주며 그렇게나 속이 상했다.
함께 커가며 진짜 가족이 되고,
이젠 제법 나이를 먹어
사람 수준의 영특함과 여유까지 느껴지는
너를 보며 생각한다.
너에게 나는 참 멋모르고,
야속한 면이 많은 주인이겠지.
그럼에도 놓을 수가 없어서,
나의 어떤 하루든 늘 기다려주고, 위로해준 거겠지.
그렇게나 서툴고, 서로를 잘 몰랐던 우리지만
분명 그 또한 사랑일 거야.
늘 내 주변 언저리에 자리 잡고
여전히 날 어디서건 지그시 바라보는 널 보며
한번 더 생각해.
내가 더 널 잘 알고, 널 키우는 방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일찍, 더 많이 알았더라면,
참 좋았겠다.
오래도록 함께해줘.
이제야 세상에서 널 제일 잘 아는 가족이 된 나랑
더 오랜 시간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