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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삶은 도서관

별 밝히는 이 - 인자작가(브런치명 포도송이 X인자)

by 라이테
“살아있는 모든 이야기들은 정해진 자리보다
잠시 길을 잃은 순간에 피어난다.
오늘 찾지 못한 ‘용지호’처럼,
우리도 때로는 제자리를 떠나야
비로소 자신을 찾게 되는 법이다.”


포도송이 X인자작가님(이하, 인자님), 그녀는 별부자다.

일 년 넘게 독자로서 읽은 글을 복기해 보면 땅도 집도 소유하고 있다. 얼마나 상속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땅이 있다. 벽걸이 달력 사진으로 올라올만한 사계절 뷰가 빼어난 집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별부자다.


그녀는 경기도 한 지역에서 시민의 마음마다 무형의 별을 달아주는 별부자이. 그녀가 달아주는 별은 그들의 마음에 꺼지지 않는 빛이 되고 희망이 되고 위로와 격려가 되고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재생력이 된다.

그녀의 별주머니는 꺼내고 꺼내도 다하지 않는 화수분과 같다. 씨앗의 아귀와 같다. 그녀가 뿌린 무형의 별들은 바람을 타고 어디든 날아가서 크고 작은 나무로 자라고 인생의 거대한 숲을 이룬다.

그러나 하루 종일 흘러내리는 안경을 고쳐 쓰며 큼큼한 책에 코를 박고 씨름하는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별을 소유하고 있는지 잘 모를 것이다. 그녀 자신 또한 별이고 화수분 별주머니가 자신이라는 것은 타인에게만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점묘화를 좋아한다. 화가가 누구이건 무관하게 점묘화를 바라볼 때 마음이 포근해진다. 작은 색점을 병치해 시각 혼합으로 색과 형태를 표현하는 점묘화가 마치 한 폭의 인생화 같아서 좋다.

팔레트에서 미리 준비한 혼합으로 거침없이 붓칠 하는 그림도 매력이 있지만 소심하게 붓칠 하는 손에 마음을 얹게 된다. 점과 짧은 터치로 캔버스 위에 표현하는 붓질이 마치 안갯속 인생 앞에서 조심조심 주저주저하는 발길 같아서 마음이 이끌린다. 지나친 감정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물감만으로는 완성이 안 되는 빛의 가산혼합과 색의 감산혼합을 고려하여 보색 병치로 선명도를 높여 만든 아름다운 작품에서 삶의 완성을 본다. 마치 달려갈 길 다 가고 마침내 이루는 인생의 완결.

인자님의 책 <삶은 도서관>은 점묘화와 다를 바 없다.


인자님과 나는 브런치 삼 남매이다. 라이테-포도송이 X인자-붕어만세.

작년 가을쯤 우린 공식 브런치 남매가 되었다. 둘째와 막내는 광진교 출신, 맏이인 라이테는 탑천교출신. 우리는 태어난 지역도 사는 곳도 다르다. 이런 우리가 남매를 이룬 것은 마음에 별을 품고 있었던 덕이다.

흉터가 별이 되었고 아픔은 결국 덕으로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우리 셋은 마음이 아팠던 사람이다. 나는 결혼 직후부터 긴 터널에 진입했고 결국 말기암으로 남편을 잃은 아픔이 있다. 나머지 두 분도 색깔은 다르지만 상흔을 품고 있었고 이것은 우리를 뭉치게 하는 구심점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를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며 서로에게서 나를 발견했다. (이건 제 생각인데 다른 두 분은 다를지도 몰라요)


그런 우리가 지난 10월 중순 가을이 무르익을 때 종로 익선동에서 드디어 상봉을 했다. 그 반가움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 만나자마자 대뜸 허락 없이 포옹부터 했다. 붕어만세 작가님은 마나님을 대신 포옹했다. 그렇게 마주한 우리는 꿈같은 10시간을 함께 보냈다. 모두 추억 속 첫사랑이라도 만난 듯 매 순간 상기된 얼굴이었다. 그때 인자님은 출간될 책 이야기를 꺼냈다.

삶은 도서관.

드디어 블링블링한 드레스를 입고 책이 왔다.




이걸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비슷한 경험이 있으니 ‘나도 그래’ 공감하고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첫 챕터부터 오미자맛을 우려낸다.

인자님은 중년의 나이를 ‘프라이드 에이징’이라고 프롤로그에서부터 선포했다. 이 얼마나 연륜이 묻어나는 깊은 맛 고혹적인 표현인가.

20대 피부를 가진 고현정 배우가 물광 나는 피부로 이 책을 들고서 딱 한마디 내뱉는 문구로는 대체 불가한 ‘프라이드 에이징’.

이 책의 표지처럼 블링블링 핑크빛으로 표현했지만 어쩐지 마음 한 구석에서는 눈물의 짠맛이 스민다. 잠깐 아이들 육아하면서 허겁지겁 살아온 것 같은데 뒤돌아보니 어느새 중년이 되었다. 몸이 마음과 일심동체 되지 못하고 엇박자로 나가고 있다. 막 허전하고 허무해진다. 잃어버린 것을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젓가락 살인. 제목만 들어도 벌써 뭔가 보물 찾기처럼 흥미진진 솜사탕처럼 보송하고 달달하게 읽을 수 있는 단 맛 기대가 된다.

어린이도서실에 분류된 ‘젓가락 달인’찾아달라는 민원전화에 '젓가락 살인'으로 저자 허락도 없이 대뜸 도서명을 변경해 버리는 해프닝.

퇴근하자마자 책을 붙잡고 읽으며 리뷰를 쓰는데 조금 수월하고자 평소 한글 포인트를 12로 지정했던 걸 처음으로 14포인트로 확대했다가 다시 슬그머니 12포인트로 내렸다. 노안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다. 아, 이 무슨 시큼하게 쉰 맛 아집이란 말인가. 그러면서 오늘 일주일 한가운데 수요일이잖아 유난히 피곤해서 그런 거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다. 피식 쓴맛 웃음이 났다.

이건 분명히 오래된 전화기의 품질저하 탓이지 청력의 문제는 아닐 거야. 기어이 인자작가님의 청력은 문제없음을 편들어 주고 싶어진다. 그녀의 듣기 능력이 바로 나의 청력인 것처럼 말이다. 생 고추냉이 먹을 때처럼 내 콧등 안으로 매운맛 세월의 이면도로가 쭉 뻗어나간다.

유쾌한 글을 읽었는데 마음이 먹먹해진다.




내가 알고 있던 도서관은 이랬다.

문화센터처럼 강연, 강좌를 하고 영화도 상영한다. 또 자유열람실에서는 공부를 한다. 일반 열람실에서는 도서를 대출하고 대출한 곳에서 읽기도 한다. 일정시간 컴퓨터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근엄한 장소, 숨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 책수레바퀴가 낮게 구르는 소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세상 온갖 소리가 책갈피 사이사이에서 숨을 쉬고 있는 곳.

이렇게 여러 섹션으로 분류되는 공간인데 각 공간마다 이용자에 따라 상상 이상의 엄청난 에피소드가 있다는 것을 인자님의 책 안에서 알아가는 중이다.

도서관에서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시는 줄 몰랐다. 불특정 다수의 흔적을 재료로 겹겹이 층을 이루는 겉바속촉의 도서관 추억 페이스트리를 구워낸다. 한 줄기 냄새마저도 샐 틈이란 용납 없는, 영혼까지 갈아 넣은 완전체 드림팀. 세계적 페이스트리 4대 장인 미셸 수아스와 벨린다 렁, 그사이님, 파리외곽 한국여자님이 울고 갈 마스터다.


인자님은 자신의 직업을 도서관 공무직이라 했다. 오랜 교육기업 홍보실에서 승승장구 부장까지 오르던 화려한 커리어우먼이었다. 그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인생을 도서관에서 시작했다. 신의 한 수였다.

이제 책에 관해서는 마치 가정의학과 의사 같다. 모든 과목을 다룬다. 그의 손에서 태어나는 이야기들은 우리들의 소소한 삶의 편린이고 참나무에서 피어나는 버섯 같은 이로움이다.


날마다 서가 사이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명탐정 코난도 아닌데 찾는 것이 그녀의 업무 절반은 아닐까 한다.

접힌 책장을 찾아 접힌 자리를 다려 반듯하게 펼쳐준다. 목이 쉬도록 애타게 부른, 아니 손목터널증후군을 염려할 만큼 클릭질로 대출자와 책 사이를 오가며 이산가족 찾기를 한다. 제 페이지를 박차고 가출한 이탈 면을 살살 달래 화해모드로 접합시켜 준다. 길 잃은 어린 책을 찾아내고 있어야 할 품으로 돌려보낸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 터줏대감 같은 책을 위로하고 이제는 영원한 쉼을 허락한다. 책 읽기 가장 좋은 조도를 찾아내고 투명창 너머 가장 좋은 풍경이 보이는 자리에 독서대와 의자를 안배한다.


그들은 바닷가에서 어제 내 신발에 묻었다 떨어낸 모래 한 알 까지도 찾아낼 듯 의기충천하다. <영혼은 죽지 않는다> 단서를 들고 <죽지 않는 혼>이라는 책을 결국 찾아낸다. 셜록 홈즈도 놀라 자빠질 검색실력이다. 이런 민감함은 이글이글 학구열에 불타는 도서관을 이글이글 남녀상열지사 연애장으로 만드는 어린 커플들을 잡아내는 우이친(우리 이모 친구) 촉으로도 국대급 실력을 시전 한다.




어느 출판편집 고수께서 분홍은 모든 색의 진리라고 했다. 책이 딸기우유를 뒤집어썼다. 게다가 2025년 경기 히든작가 선정작가라는 월계수관을 당당히 썼다. 요즘 사이비 띠지로 위장하는데 찐 띠지를 둘렀다. 마치 출간도서의 미스월드처럼 휘장을 두른 것이다. 딱 손안에 잡히는 크기가 적당하다. 성인이 주요 타깃이 아닌, 젼 연령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책 마케팅답다. 특히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자리를 차지한 행운으로 펼쳐 들기 안성맞춤인 크기다. 뒷면을 보니 추천사가 엄청나다. 소설가 두 분과 출판평론가 한 분이 엄청난 평을 올려주셨다.(궁금하시죠? ㅋㅋ)

고등학교 교지 편집부 친구분 몇 명 어울린 자리에서 비롯된 시간이 불과 6개월 남짓만에 책으로 탄생했다. 인자님은 우연한 기회가 운명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우연한 기회는 우연으로 흘러가고 만다.

인자님의 워밍업 공간이 브런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지만 모든 브런치 작가가 출간을 하는 것은 아니다. 쉼 없이 준비했던 일개미에게 황금밀랍이 남는 것이다.

출간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다. 인자님은 또 다른 문을 막 열었다. 황금빛이 쏟아지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문이 되기를 축원한다. 문 손잡이를 잡은 첫 감촉을 잊지 않는다면 분명 2쇄, 3쇄로 이어지고 초판이 개정판, 증보판...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독자로서 오래 동행하기를 바란다.


책을 다루는 그녀의 손끝에서 희로애락이 그려진다. 키보드 위에서 숱하게 누른 자음과 모음, 숫자와 특수문자들이 정렬하여 행간을 이루었다. 그 행간들이 책으로 묶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질감을 타고 건너와 독자의 마음 컨버스에 점묘화로 인자와 독자의 공동작품이 완성되어 간다. 공동 점묘화는 또 다른 삶으로의 초대가 되어 꾸지 못했던 꿈을 움트게 한다.


챕터를 아껴놓았다.

감칠맛 나는 책을 좀 천천히 아껴먹고 싶었다. 단짠신쓴매 다섯 가지 맛에 재미까지 휘핑으로 얹어놓아 술술 읽히니 아껴놓지 않으면 앉은자리에서 순삭이다.


잠시 붓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 인자님의 등을 다독다독 쓸어주는 마음으로 그녀의 다음 점묘화를 기다릴 것이다.




도서판매 링크와 포도송이 ×인자 작가님 글방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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