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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이름을 부르는 것
이름을 부르는 것은 그리움입니다
생각한다는 진행형입니다
언제든 돌아와도 좋다는 약속입니다
반겨주겠다는 손짓입니다
익명의 단순한 존재가 아닌 특별한 의미의 상징입니다
흘러가버리는 것을 멈춰 세우는 일입니다
격려와 위로이며 잠재된 힘입니다
나, 너가 아니라 우리라는 토닥임입니다
함께 도모할 이유입니다
희망입니다
다정히 이름 부를 때
심연에 돌멩이 하나 툭 떨어집니다
당신의 마음과 내 마음을 잇는
부드러운 물결,
이름을 부르는 것
김춘수 시인은 이름을 불러주면 꽃이 된다고 했습니다.
영원한 청년 윤동주 시인은 별 헤는 밤에서 사람뿐 아니라 강아지, 토끼, 노루의 이름까지 다정히 불러주었습니다.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인사도 없이 오래 글방을 비웠습니다. 그 사이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한창이네요.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이 단순하고도 어려운 일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삐그덕거리는 돌쩌귀의 허름한 문을 툭 밀어내고 햇살 쏟아지는 마당으로 성큼 들어오라고 손짓을 해주셨습니다. 무언의 속삭임으로, 제안메일로, 댓글과 답글, 라잇킷과 카톡, 그리고 구독자 자리를 지킴으로.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머물렀던 자리가 갑자기 낯설어졌어요. 넘어졌습니다. 마치 전장의 용사가 총알을 다 소진한 것 같이. 전장에서 총알을 소진한 용사가 살아남으려면 먼저, 죽은 듯 포복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깜냥에 벅찼어요. 글쓰기라는 취미활동을 유지하는데 품이 많이 들었습니다. 브런치에 머무는 시간이 점차 중요한 일상을 잠식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이었는데 외면하고 버텼어요. 주춤주춤 뒤로 물렀다가 다시 전진했다가 반복했지만 묘수는 아니었지요. 더럭 겁이 났어요. 바닥이 드러난 필력과 의욕에 백기투항하고 말았습니다. 가장 몫이 컸던 것은 믿음생활의 퇴보였어요. 그것이 저를 몹시 괴롭게 했습니다.
그러나 진행하던 연재북을 서둘러 마감할 수 없었어요. 그것은 회귀하기 위한 구실을 남겨두는 일이었으니. 글감이 될 만한 에피소드들은 글 한 줄도 되지 못하고 흘러가버렸어요. 브런치에 머무는 대신 성경책을 읽고 설교영상을 보며 해갈을 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복귀가 요원해지겠다 싶더라고요. 더 멀리 달아나려는 마음을 브런치 이웃작가님들께서 내미시는 손을 붙잡고 간신히 버텼습니다.
쉬는 동안 이따금 소설을 읽었어요. 너무 오래전 읽어서 기억도 나지 않는 신경숙 소설가님의 단편 [그는 언제 오는가]를 최근에 다시 읽었고요. 남대천이 등장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남대천은 연어회귀지로 유명한 곳이지요.
말이 나온 김에 연어 이야기를 잠깐 할게요.
연어회귀는 태어난 강으로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돌아와 산란하고, 산란 후 대부분 생을 마감하는 생태적 여정이라는 걸 잘 아시지요? 연어는 태어난 강물의 '화학적 지문'을 기억하고, 후각, 자기장, 태양 위치 등 환경 단서를 통합해 방향을 잡습니다. 이 내비게이션은 본능을 넘어선 감각, 기억의 결과라고 합니다. 회귀하는 과정에서는 먹지도 쉬지도 않는다고 해요. 몸은 붉게 변하고 비늘은 벗겨지고, 지느러미가 찢어지고 상처는 깊어지면서도 물살의 흐름을 거스르며 끝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고향이 가까워질수록 시련은 가혹하여 굶주린 불곰이 기다리고 수컷들의 치열한 싸움 속에 놓이게 됩니다. 마지막 삶의 뜨거운 미션으로 연어는 강바닥을 파고 알을 보호할 둥지를 만듭니다. 마침내 알을 낳고 다음 세대를 위해 죽음으로 유유히 떠납니다.
자신이 태어난 강바닥 자갈 틈의 냄새. 이것은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미래 어느 날 자신이 다시 찾아 돌아올 지도가 되는 기억의 흔적입니다. 결국 회귀의 위대한 힘은 오래전 알에서 부화되었을 때의 환경인 것입니다. 냄새로 그려진 지도 즉 화학적 지문이 끝내 수천 킬로미터를 먹지도 쉬지도 않고 헤엄쳐 갈 수 있게 한 원동력입니다.
동료 작가로서, 독자로서 제 이름을 불러주신 것. 그것은 제가 강물을 거슬러 브런치에 다시 회귀할 수 있는 원동력 즉 화학적 지문이였습니다.
저는 이제 향방을 잃지 않고 조용히 그리고 더디 가려고 합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천히 동행하겠습니다.
복 많이 짓고 나누시는 형통한 한 해 만드시길 기원드립니다.
표지사진-남대천 회귀연어. 출처 네이버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