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으로 만난 사이
내가 속해있던 사이드프로젝트 팀은 하나의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우리가 모두 함께 얼굴을 마주한 회의가 단 한번이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그 한번은 의견을 교류하는 정식 회의도 아니었으며, 인쇄업체와 종이 재질을 결정하기 위한 미팅에 가까웠다. 즉, 우리는 모두 의사결정을 줌(zoom)을 통해 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전에 알고 있던 사이였다면 신기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팀원들 중 내가 친분이 있었던 사람은 1명. 나머지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사이였다. 이렇게 우당탕탕 사이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의사소통을 하려면 얼굴이 보여야지
상대의 눈빛과 제스처에 집중하는 나에게 화상회의는 쉽지 않는 방식이었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화면이 비추는 얼굴이라도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첫날, 모두 화면과 마이크를 켠채로 서로를 마주했다. 어색하지만 웃음이 넘치는(?) 소개를 마친 후, 앞으로 이렇게 회의를 진행하면 괜찮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 회의부터 팀원들이 화면을 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슬쩍 얼굴을 보면서 화상회의를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팀원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날에는 다시 화면을 껐다. 처음에는 이런 현상의 반복이 다소 난감하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우리팀은 수다스러운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까만 화면에 하얀 이름이 뜨는 화면을 바라보며 정적을 견디는 것이 어려웠다.
회의에 대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가능하면 오프라인에서, 반응도 자산으로 삼으며, 길지 않게. 우리의 회의는 다소 달랐다. 목소리로만 대화하다 보니 시간이 길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던 회의 시간이었다.
팀과 사람들을 파악하기
사실 초반 몇 개월은 이 고민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우리가 꽤 의견 교류도 잘 하고, 결정도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회의법에는 변함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때서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팀은 화면을 켜거나 얼굴을 마주보자고 하면 암묵적으로 따라주었지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위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신기하게도, 내가 나열했던 여러 문제들은 '명확한 목표와 개인의 권한을 설정하면서' 해결되었다.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잡아(가능한 급박한 목표를 잡아서) 책임과 업무를 분배했다. 빠른 시간 내에 MVP를 완성해야 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완수해야 하니 의견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현상을 지켜보며 중요한 것은 '회의 방법'이 아니라 '참여 유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참여를 유도하는 법
팀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법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만약 팀원들이 어딘가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면, 우리의 프로젝트가 너무 커서 손댈 수 없거나, 각자가 맡은 일이 모호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의 목표가 추상적이거나 거시적이면, 팀원들은 자신의 일을 '언젠가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작은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예컨대, 나는 늘어지는 예술 잡지 제작을 앞두고 ...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의 기획전 참여를 제안했다. 이때 신청 기한은 약 1주일이 남았고, 우리는 총력을 다해 글과 제안서와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신속하고 급한 일정이 낮은 퀄리티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다소 급박한 일정과 목표를 우선적으로 제안하면 자연스럽게 기여도를 높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참여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해야만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