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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송어 Oct 19. 2023

살아내는 내게, 네가 물었다.

인생이 순탄해서 나와는 너무 다른 것 같은 친구들을 본다. 

사실, 보통은 나보다 인생이 순탄해서

가끔은 이 세상에 나 혼자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이제는,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어느 자락에 오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그 모든 것을 목도한 너는

매일을 진창에서 살아가는 기분을 이제는 알게 된 것 같아서.

어쩌면 그래 나를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가는 그 모습을. 


그래서 나는 너의 순탄함을 시기하던 나를 속죄하듯이 

진창에 박혀 있을 너에게 

감히 너에게 손을 뻗었다.


우리는 곧잘 맞았다. 

알고 지낸 시간의 밀도와 그날 이후 시간의 밀도를  감히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너와 나는. 

나와 너는 잘 맞았다. 


그래 보였다. 


그래서 네가 나와 죽음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했을 때. 

"송어야. 자살은 나쁜 거야?"라고 물었을 때.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너는. 

여전히 순수하구나. 

더럽혀지지 않았구나. 

그래서 그 투명하고 맑음으로 

감히. 

내 앞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는구나.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화가 났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고 

연락이 오는 핸드폰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그 순수한 질문에서 피할 수만 있다면.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피하고 싶었다. 

나는 항상 너의 질문에서 피하고 싶었다. 


어느 날 너무 지친 나의 일상을 듣던 네가 

희망이 가득 찬 얼굴을 하고 

그래서 넌 꿈이 뭐야?라고 물었던 그날처럼.


나는 또 도망치고 싶었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그리고 정신과 선생님과의 몇 가지 문답에서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나는, 감히 그걸 입으로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갈망한다. 

그 과정이 

그 이후가 

그 어떤 책임도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든

언제든 갈망한다. 


나는 그 어떤 다른 것에서 삶의 이유를 찾는다. 

내가 지쳐 쓰러지더라도 그것들은 살아서 나의 책임에 의지하고 있다. 

너는, 

그 어떤 것도 책임질 것이 없다는 듯이 

또 내가 부러워할 수 있게 

죽음을 너의 선택지로 두고 있다. 


너는 항상 그랬다. 

내가 가장 초라하고 비참할 때, 

내가 가지고 싶어 하는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너의 책이 나온 그날

나의 엄마는 입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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