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을 위한 엄마표 국수가 생각나는 날

by 꼬드kim


어렸을 적 나는 유난히도 매운 것을 잘 못 먹었다. 물론 지금도 뭐 남들보다 매운 정도에 대해 느끼는 예민함은 더한 듯도 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내 추억 한켠에는 초등학교 정도 때까지 김치를 물에 헹구어 먹었던 것 같다. 김치 맛을 느낄 수 있었을랑가?? 그래서인지 지금도 김치를 좋아하긴 하나 헹구어 볶아주는 김치가 더 맛있긴 하다. ㅎ 이런 매운맛에 약한 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소면을 안 좋아하는 딸내미를 위한 나름의 별식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내 기억의 또 한켠에는 물국수가 있다. 사실 소면과 같이 급격하게 불어가는 식감의 면보다는 밀대로 쓱쓱 밀어 찰기 가득한 칼국수 면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칼국수 해 먹자고 밀대까지 들고 부엌에 등장하곤 했는데 ㅎㅎㅎ 다른 식구들 말고 나만 그 물국수를 먹었던 것 같은데 유난히 보리차를 좋아했던 내게 엄마는 국수 대접에 보리차와 설탕을 적당히 풀어 달달해진 육수(?)에 적당한 소면을 넣어주셨다. 달달한 소면?? 유난히 맛있다고 먹었던 것 같은데.. 그 기억이 갑자기 떠올라 얼마 전 선물 받은 면을 뜯어서 비빔국수를 해드리기로 했다. 오늘 만들기는 나 혼자 도전해보겠다면서.. 중간면과 소면 그리고 쑥국수가 있었는데 비빔국수에는 이쁜 쑥 컬러가 죽어버릴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쑥국수의 맛이 너무 궁금한 나머지 얘로 선택~

우선 비빔에 넣을 재료들을 손질한다. 오이 비빔면을 위해 오이와 봄맞이이니 냉장고에 들어있던 노란 파프리카를 채썰기 해준다. 거기에 불려둔 표고버섯도 함께 채썰기.. 달걀은 10분 정도 삶아가면서 소스장을 만들고 있다. 고추장을 조금 넣고 고춧가루와 간장 그리고 약간의 설탕으로 비벼본다.. 면 삶을 물이 끓고 있는데..읔.몇분 삶아야 하는지 표면에 적혀있지 않다. 별도의 종이는 온데간데없고.. 결국 나의 감각을 믿어야 하네.. 하아~

다행히도 약간 더 익었지만 엄마는 익은 면을 좋아하시니... 라며 내심 나 혼자 나를 위로한다...

쑥국수 맛을 보니 쑥 맛이 강하게 나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비빔 소를 얹으면 곱디고운 쑥국수가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소스를 살짝이 옆으로 둘러쳤다. 그리하여 오늘도 데코는 실패..

엄마께 맛있으시냐고 계속 물어보면서 쑥국수로 봄을 느껴본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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