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느림의 재발견

by 꼬드kim

단톡방 알림톡이 울렸다. 중고 도서 할인 정보다. 제대로 잘 읽어보지도 않고 사이트에 접속하여 다른 서점 장바구니에 그간 담아두었던 책들의 재고 여부를 확인하면서 빠르게 담았다.

아침 재활 운동을 위해 걷기를 하고 있는데 할인정보를 알려준 지인은 벌써 서점 앞이라고 했다. 나의 게으름이 발견된 기분이었다. 서점 장바구니를 확인했으나 어젯밤 담아둔 책들은 온데간데없다. 장소를 확인하기 위해 지도앱을 켰으나 내가 알던 서점의 장소가 아니었다. ‘이사 갔나?’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장바구니에 담기 위한 책들을 리스트 업하고 책을 다시 검색하기 위해 단톡 메시지를 열었을 때 알았다. 다른 서점에서 계속 검색했다는 것을. ㅎ ‘중고 도서를 몰랐던 것도 아닌데 얼마나 흥분했으면 톡 내용도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검색부터 했을까?‘라고 생각하며 웃다가 언젠가 엄마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엄마! 장바구니에 담긴 거 다 사려면 50만원 넘게 필요하겠어! ㅋㅋㅋㅋ.“

“책을 좀 버리고 사든가, 도서관에서 빌려보든가, 전자책 봐! “

“벌써 책장 두 개만큼 버리고 이사 온 거였는데? 도서관은 빨리 봐야 하고 깨끗이 봐야 하고, 전자책은 종이의 질감이 안 난다구용!“


그렇게 대차게 말해놓고도 정작 50만원어치를 장바구니에 넣아두고도 못 산 것은 얹혀 사는 거니까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읽을 시간이 거의 없던 2년 동안 수시로 사둔 책을 아직도 거들떠보지 않고 있었다. 그냥 물질에 집착이 많은 사람인데 할인이라는 정보가 나의 망설임에 액셀을 밟게 했던 것 같다. 나는 그 엑셀에서 발 떼기를 거부하고 휴식 후 나갈 채비를 했다. 엄마는 나의 컨디션을 걱정했으나 선약이 있다 보니 극단의 제안을 하셨다. 엄마표 장바구니! 엄마는 주부다 보니 다양한 장바구니를 가지고 계셨는데 그중 두 바퀴가 큰 바구니를 내어주셨다. 예전 같으면 배낭 가지고 나갔다 오겠다고 하겠으나 아직은 척추가 불안정한 상태라 순순히 큰 바퀴 바구니와 함께 서점을 간다. ‘이왕이면 봄 기분 나게 이쁜 장바구니 었으면 좋겠구먼.’이라고 중얼거려 본다. 나의 쇼핑 스타일답게 리스트 했던 책들을 바구니에 빠르게 담고, 이왕 나온 거니 오프라인 서점을 운동 겸으로 해서 둘러보기로 했다.

나의 발을 멈추게 했던 귀여운 그림과 디자인. 조금만 읽어도 큭큭 거리게 하는 글자들. 마음 같아서는 진열된 이 책들 다 집에 가고 싶으나 나의 책장은 이미 둘 곳이 없어 다음을 기약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읽을 여유가 없을 때는 조급하게 신책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누군가가 놓아둔 흔적이 담긴 책들로 여유를 느리게 누려도 된다는 것을.

마음을 절제하여 소박하게 담고 집에 온다. 다른 책들은 다음 여유가 있을 때 구입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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