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곰탕에 순대 토핑

<아내를 위한 남편의 식탁 ep. 01>

by 강채리


나는 요리를 잘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먹을 복은 타고난 것인지, 요리를 잘하는 남자와 결혼을 했다.


그래서 우리집의 가사분담은

남편이 주방을 도맡고, 그 외의 집안일을 내가 하는 식이다.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은

한식 재료가 턱없이 부족한 파나마에 사는 주제에

하루 한 끼 이상은 무조건 한식을 먹어야 하는 아내를 위한 남편의 식탁에 대한 기록이며,

언제나 맛있는 음식으로 나를 대접해주는 남편의 지난한 수고로움을 기리는 행위, 뭐 그런 것이다.







나는 국밥 마니아다.


더울 땐 이열치열로 국밥을 먹어야 하고, 추울 땐 추우니까, 비 올 땐 비가 오니까, 눈이 내릴 땐 고민의 여지없이, 그러니까 사시사철 뜨끈한 국밥을 먹어줘야 하며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온 후에는 나의 소울푸드 순댓국으로 여독을 풀며 살아왔다. 한국에 살 때엔 말이다.


친구들과 맛있는 파스타집에서 분위기 있게 와인을 홀짝이는 것보다 건더기를 푸짐하게 넣어주는 국밥집에서 깍두기를 세 번쯤 리필해가며 소주를 각 두 병씩 먹어주는 게 8천 배쯤 좋다.


파나마에서 맛있는 국밥을 먹으려면?

직접 만들어 먹으면 된다.(껄껄껄)

별 다른 수가 없다.


남편은 꼬리를 사와서(파나마에선 꼬리가 저렴하다) 여섯 시간 동안 피를 빼고 열 시간 동안 끓였다.


"채리야, 이리 와서 국물 색깔 좀 봐봐!" 라며 솥의 뚜껑을 여는 남편은,

마치 "TV에 지금 우리 딸 나왔는데~ 봤어??" 하고 자랑하는 팔불출 아버지 같은 모습이었다.


뽀얗게 우려낸 국물에, 과테말라에 있는 한인슈퍼에서 공수해온 냉동 순대를 넣었다.

아내의 입맛을 고려하여 꼬리곰탕에 순대 토핑을 한 스페셜 메뉴다.


냉동실엔 두 번쯤 더 먹을 수 있는 곰탕이 다소곳이 들어가 앉아있다.


남편이 출장을 가도 끄떡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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