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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채리 Jul 30. 2020

산다는 건 역시 밸런스 게임

파나마에서 연남동으로-

도연에게



섹슈얼한 이야기들을 쓰고 있다니!! 너무 읽고 싶다!!!!!!!!!!!! 그런 책은 솔직함이 생명인데, 너라면 충분히 솔직하게 풀어낼 것 같아서 더 기대가 된다. 나도 그런 생각 많이 했어. 제대로 된 성에 대한 인식과 교육을 받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사실 나는 해외파답지 않게(?) 사람들이 섹슈얼한 농담을 하면 싫거든. 어쩐지 저급하게 느껴지기까지 하고 말이야. 그런데 이건 순전히 내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해서라고 생각해. 아무튼 지금은 고추 달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그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성범죄 뉴스가 흘러나오는 시대를 살면서 시호가 아랫도리를 함부로 놀리고 다니지 않도록 성교육을 잘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내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보질 못해서(우리 엄마는 나에게 피임하는 방법을 알고 있냐, 여자는 자기 몸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 정도의 교육만 해줬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사실 막막해. 유튜브에서 그 아줌마의 교육 영상을 찾아봐야겠어. 그.. 왜.. 귀염상에 퉁퉁하던.. 방송에서 성교육해주던 아줌마 있었는데.. 구성애!!!!! 맞나? 맞는 거 같다! 이름부터 벌써 반갑네. 


그나저나 너는 그래서 주말을 어떻게 보냈니? 와인과 함께 독립영화를 즐겼니, 아니면 소주를 퍼붓고 짬뽕 해장을 했니? (근데 나는 개인적으로 해장엔 쌀국수가 좋더라.. 빨간 국물은 괜히 더 속 쓰린 느낌이 들어.) 아.. 와인에 영화라니! 생각만 해도 나른하다. 조만간 나도 시호를 재워두고 그 옆에 남편을 눕혀두고서(시호가 중간에 깨도 문제없도록) 혼자 영화와 와인을 해야겠어!! 혹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면 추천해줘. 마음이 잔잔해지는 영화라면 좋겠어.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도 좋고! 

나는 엊그제 밤에 펑펑 울었잖아. 유난히 힘든 날이었나 봐. 시호를 재우고 나와서 이유식 만들고나니 밤 11시더라? 근데 여기까진 아무렇지 않았는데 설거지하고 주방을 정리하는데 유난히 피곤한 거야. 하기 싫더라고. 근데 안 하면 더럽고 벌레 생기니까 억지로 꾸역꾸역 청소를 했어. 그리고 쓰레기통을 비우려고 하다가 쓰레기를 쏟았지 뭐야. 여기서 꾹꾹 눌려있던 피로와 짜증에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지면서 분리수거되어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쏟아져 나왔어. 그래서 엉엉엉 울었지 뭐니. 아마도 요즘 밸런스 맞추기에 실패한 것 같아. 책도 못 읽은 지 몇 주는 된 것 같고 이 집에 이사오고서는 밤에 혼자 영화보기도 못하고 있어. 내가 너무 이유식 만들기에만 열중했나 봐. 요즘 오븐 사용법을 완전히 숙지하면서 만드는 족족 성공하고 있어서 매일 '내일은 뭐 만들어주지?' 이런 생각만 했거든. 조금 번거롭고 피곤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던 것들이었는데도 결국 부정적인 감정이 터지고 나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고 지냈다는 생각부터 올라오더라. 나는 내 영혼을 달랠 시간이 없어!!! 이러면서 엉엉 울었어. 사실 시간은 내가 쓰기 나름인 건데. 그날은 그냥 투정을 하고 싶었던 날이었던 것 같아. 산다는 건 역시 밸런스 게임! 다시금 밸런스의 중요성을 깨달은 밤이었다. 


아! 옆집 남자 말이야.. 형제가 함께 사는 거였어. 근데 게이일 것 같다는 나의 합리적 의심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 발목까지 들러붙는 스키니진에 쫄티를 즐겨입더라구...(너무 겉모습으로 속단한 것일까?)

그리고... 내 첫 키스는 남편이 아니란 점을 조심스럽게 밝히며... 안녕...



p.s. 시간 날 때 답장 좀.

파나마에서 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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