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끊임없이 여행을 꿈꾸는가
대체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냐는 그 쉬운 질문에 어쩐지 나는 늘 애매한 답만 늘어놓았지, 제대로 된 답을 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아마 ‘그러게, 왜 좋아하는 거지?’라며 나 역시 꽤 자주 같은 의문이 들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일상으로부터의 탈피, 새로운 것들에 대한 갈망, 설렘에 대한 중독…. 이런 진부하고도 고리타분한 대답을 할 적마다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이 내 안에도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행의 이유>를 읽고 나니 비로소 내가 여행을 꿈꾸고, 준비하고, 훌쩍 떠나는 이유에 대해 선명해졌다.
21세기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방구석 여행자로 전세계 어디든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들이 굳이 고됨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긴 여정을 마다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작가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섬세한 언어로 우리를 공감케 한다.
일상에서 늘 여행을 꿈꾸면서 막상 여행을 가면 집이 생각나는 모순적인 내가 항상 의문스러웠는데, 이처럼 시시때때로 피어나는 가려운 부분을 작가는 시의적절하게 긁어내 주었다.
인생과 여행은 공통점이 있다. 예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계획에서 멀리 틀어진 여행일수록 또 다른 결과를 낳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은 곧 우리를 다른 방식의 삶으로 이끈다. 그리하여 어떠한 여행도, 혹은 여행과도 같은 우리의 삶도 실패라고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여행이든 뭔가를 얻지 않는 여행은 없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 또한 긴 여정의 하나이며, 삶이라는 거대한 패키지 속 자유 여행 안에서 또 다른 변주를 꿈꾸며 짐을 꾸리고 여행 속의 여행을 감행한다. 아주 오래 전에 입력된 유전 정보의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르는 방랑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작가는 그동안 늘 지녔던 의문 중에 하나를 아주 속시원하게 풀어내 주는데, 바로 비여행 혹은 탈여행이라 부르는 여행이다. 탈여행은 여행 에세이를 읽거나 여행 블로그를 서핑하는 것, 여행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등 직접 여행을 가지 않고 대리인이 떠난 여행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도시를 여행한다고 해서 우리는 그 도시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비여행이나 탈여행과 같은 간접 여행 또한 하나의 여행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혹자들은 몸소 체험하지 않으면 그게 무슨 여행이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테지만 일련의 비여행, 탈여행과 자신의 직접 체험한 생생한 여행 경험이 한데 쌓여 그 도시로의 여행이 총체적으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기 전, 혹은 떠나고 싶을 때 단순히 여행 정보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여행기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즐기는 이유에 대해 설득력 있는 풀이를 함으로써 작가는 다양한 여행 방식에 대한 고찰을 녹여냈다.
<여행의 이유>를 읽으면서, 그간 형용할 수 없던 감정과 정의 내리기 어려웠던 의문들에 대해 꽤나 명쾌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많은 호모 비아토르들 또한 아마 비슷한 기분을 느끼리라.
위드 코로나, 일상으로의 회복 흐름이 어느덧 완연해진 가운데, 가장 설레는 이들이 바로 여행자들일 것이다. 배낭 하나 짊어지고 자유로이 떠나는 그때가 얼른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