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하기

PALzit - 7평 프로젝트 4. 페인트

by 체셔

영화 인사이드아웃에 빙봉.이라는 상상 속 친구가 나온다. 나에게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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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적, 특정 몇몇 사람에게서 색이 뿜어져 나온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사람마다 고유한 색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 색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서 느꼈던 것은 아니고 정확히는 몇 명, 교실에서 두세명,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마치 거리에서, 교실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면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친해지려고 한 적이 많다. 색이 분명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 공간이 그 색의 느낌으로 가득 찬 느낌이 들었기에, 신기하고도 예쁜 기억이라 잊고 싶지않은 추억이다. (그러나 대부분 나의 이런 노력은 지나친 관심으로 인한 부담으로 이어져 좋은 결과를 불러 온 적은 없는 듯하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색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다 커버린(?) 지금은 이런 경험이 거의 사라지고 없어 무척 아쉽다.


사람에게도 그렇듯 공간에게도 각 장소마다 풍기는 아우라가 있는 것 같다. 그런 기분을 우리 공간에도 담고 싶었다. 말랑과 나는 그래, 우리 공간에도 색-아우라-를 담아볼까- 고민을 했다.

drawing by. 말랑

화이트로 할까? 블루는 눈이 너무 아플 것 같고. 그러다가 말랑과 박수치고 웃으며 만난 장면과 함께 결정된 회색!


모든 색이 섞인 그레이. 참 좋았다. 물감은 3가지 색이 섞이면 탁해진다. 그리고 점점 회색으로 변해간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탁해서, 흐려서, 색이 없다 느껴져서- 회색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회색은 너와 나의 색이 만나 섞인 색이다. 둘 이상, 셋 이상이 만나면 나오는 색이다. 회색도 그 안에서 엄청나게 많은 톤으로 나뉜다. 개성이 톡톡 튄다. 참 언어로 설명하긴 힘든데 오묘한 그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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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릴 때도 회색은 무척 자주 사용된다. 강한 색과 색 사이, 전체적인 음영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다른 색이 아닌 회색이다. 소묘도 회색, 연필 하나로 충분히 표현된다. 색감은 그 다음인 것이다. 기본 바탕이 되어야 다른 색들도 용기있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에 회색이 바탕이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색이 섞인 공간, 이 넓은 서울, 거대한 세상에서 좁고 좁은 이 작은 지하방. 회색도시라는 이름으로 감정도, 사랑도, 마음도 소용없이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 것이 아주 쉽게 용납되고 있는 사회이기도 하다. 너도 바쁘고 나도 바쁘고, 마음 쓰기엔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들고. 그렇지만 아주 사소하게 느껴지지만 삶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될 것 같은 그런 것이 있다.


어둠 속에선 모든 사물도, 사람도, 모든 것들이 회색이다. 그래서 그대가 마음으로 느끼는 색이 중요하다. 내 마음을 어떤 색으로 칠할지 선택권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 때론 그게 무척 힘이 들지만 그렇기에 가끔은 회색, 바탕색을 둘러보야할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


어둠 속에서는 모든 고양이가 회색이다.
All cats are gray in the dark.
-벤자민 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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