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한 달 만에 드디어 식탁을 샀다. 원래 쓰던 식탁은 남편이 자취할 때부터 쓰던 매우 작은 2인용 테이블로, 매우 좁은 데다 두 모서리를 벽에 붙이고 쓰다 보니 거실과 다른 생활공간을 등지고 있는 방향이어서 잘 앉게 되지 않았다. 내 로망은 커다란 6인용 테이블로, 가족들 모두가 모여서 각자 할 일을 하는 모습을 언제나 꿈꿔왔다. 한국에서는 도서관 책상이 좁고 삼각이 막혀있는 형태가 많았는데, 미국 도서관은 크고 넓은 테이블이 많았다. 그래서 각자 공부하다가도 잠시 쉬며 이야기도 할 수 있고, 하기 싫어 해이해지다가도 옆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자극을 받아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런 점 때문에 큰 테이블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
내가 늘 갖고 싶었던 완벽한 모양의 테이블이 이케아에서 팔고 있었고, 단종 예정인지 ‘마지막 기회’라는 말이 붙어있었고, 2주 뒤 우리 집에서의 집들이가 잡혔다. 이제 더는 늦출 수 없었기에 후다닥 이케아에서 주문을 했고, 오자마자 조립을 해서 앉았다. 비싸고 좋은 테이블과 의자는 아니었지만 마음에 쏙 들었다. 하얗고 둥글어서 안전해 보였고, 상판이 오염에 강해 쓱쓱 닦기 좋았다. 또 방향을 바꿔서 식탁에 앉아서도 거실과 주방으로의 시야가 트였더니 한숨 더 넓어진 느낌이었다. 아이러니하게 테이블은 커졌는데 넓고 밝아졌다. 바로 다음날부터 테이블에 앉아 듣고 있는 문화센터의 수업 숙제와 아이패드 일기 쓰기, 다이어리 정리 등등 잡다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새 두 시간 반이 훌쩍 지난 걸 깨닫고 놀랐다.
사실 신혼집에 내 공간이라고 할 부분이 전혀 없었다. 남편 컴퓨터 책상이 임시로 차차 방에 있는데, 책상이 매우 좁아 남편 데스크톱 하나면 끝이었다. 마땅히 내가 책을 읽거나 할 공간은 소파밖에 없었고, 소파에서는 자연스럽게 눕고 TV만 보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거나 브런치 글을 쓰려면 늘 주변 카페에 방문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 테이블이 생기고, 내가 사부작사부작 작업을 할 공간이 생기자 집에서도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이 퇴근할 즈음 늘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남편도 잠깐 할 일이 있을 때 데스크톱을 켜지 않고 굳이 화면이 작은 노트북으로 식탁에서 함께 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고 꿈꾸던 평온한 저녁의 모습이어서 행복해졌다. 화장대나 책상 욕심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사람은 본인만의 공간이 필요하긴 한 것 같다.
오늘도 사부작사부작 내 예쁜 테이블에서 무슨 일을 할지 계획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언니가 보내준 조카의 엉뚱한 대답. 나한테는 티도 별로 안 내면서 은근 차차를 많이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어쩜 이렇게 사랑이 넘치는 사랑스러운 사랑둥이인지! 나도 너와 차차가 만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