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알밤 Dec 18. 2023

31주 차: 만삭사진 스튜디오와 셀프

31주 차가 되었다. 태아 성장 앱에서 아침부터 알람이 왔다. 31주가 되었다는 건, 이제 모든 신체 발달은 완료되어 태어나더라도 인큐베이터에서 성장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발달 과정을 마친 태아가 본격적으로 살을 찌우는 시기가 되었다는 말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많은 불안과 싸우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크게 한숨이 놓였다.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다.. 본격적으로 태아가 커지는 시기인 만큼 태동도 세지고 내 심박수가 더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또, 속이 거북한 느낌이 더 잘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환도 선다로 인해 골반 통증은 더더욱 심해졌다. 그래도 괜찮다. 이건 내 불편함인 거지, 차차의 불편함이 아니니까. 이런 생각을 하며 문득 ‘내가 엄마가 되었구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31주 차에 예약한 조리원에서 연계된 스튜디오를 통해 무료 만삭 + 신생아 + 50일 사진을 찍기로 했다. 사실 31주여서 만삭을 찍어도 되는 건지, 만삭이라고 하기엔 내 배 크기가 모자란 건 아닌지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웬걸, 나는 내 배 사이즈를 잘못 알고 있었다. 어쩐지 요즘 양말 신기도 힘들고 신발 신기가 그렇게 어렵더라니.. 늘 거울을 통해 정면만 봤던 나는 내 배가 얼마나 나왔는지 모르고 있었다! 카메라에 찍힌 측면 사진을 보고 나는 기겁했다. 본래의 내 허리통보다 2.5배는 족히 넓어진 모습을 보고 내가 다 충격이었다. 그렇구나.. 나는 만삭이 다가오고 있구나.. 아니 만삭이구나..


만삭 사진에 대한 기대보다는 차차의 신생아 시절 사진이 더 갖고 싶어서 스튜디오를 예약했기에 특별한 컨셉이나 소품은 준비하지 않고 촬영에 갔다. 최대한 아무것도 없는 배경에서 까만색 하얀색으로 깔끔하게 입고 사진을 찍었다. 가장 신경 쓴 소품은 차차의 까만 컨버스! 평소 컨버스 하이를 너무 좋아하는 나였기에 유일한 로망이었던 까만 컨버스를 준비해 갔다. 남편과 나는 까만색 반팔 티와 청바지, 까만 컨버스를 맞춰 신고 차차의 작고 소중한 컨버스를 함께 배열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받아본 결과는 너무 만족이었다. 남편이 너무 심하게 만족한 나머지 계획에 없던 100일, 200일, 돌사진까지 패키지를 계약해 버렸지만 남는 건 사진이니까, 이왕 계약한 거 즐겁게 찍기로 마음먹었다. 차차가 태어나면 또다시 까만 반팔티와 청바지, 그리고 각자의 까만 컨버스를 신고 사진을 찍어야지 (내 컨버스는 너무 누리끼리해서 새로 사야 할 거 같다).


오늘 사진을 찍으며 차차가 너무 빨리 만나고 싶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30주 차: 드디어 다가온 차차의 입체초음파 검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