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大暑) : 큰 더위
2025.7.22(화)
최저 온도 25도, 최고 온도 31도
약간 구름이 있는 더운 날씨
더위를 두번째로 말하는 절기
대서는 글자 그대로 큰 더위를 의미하는 절기이다. 여름의 더위가 절정에 이른다는 것이다. "염소뿔도 녹는다"는 말도 있다. 소서의 짝꿍처럼 이어진다. 정작 올해 소서의 최고 온도가 대서보다 높았던 걸 보면 소서가 대서보다 덜 더운 것도 대서가 무조건 더 더운 것도 아니다. (물론 전국은 폭염경보 속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서-대서를 나누어 절기로 새겨둔 것은 여름철 더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노력이다. 추위는 피해갈 수 있어도 더위는 숨을 곳이 없다. 조심할 방법이 없는 더위에 모두들 생존하라, 여름을 두번 새긴다. 또, 대서는 24개의 절기 중에 12번째 절기이다. 한해의 절반에 이르는 더위다. 여름의 절기 중에 마지막 단계이다. 이제 가을의 절기가 나온다.
절정의 더위, 일년의 절반, 시간은 그저 흘러만 간다. 문득 절기나 계절의 구분점에 들어서서 그 시간에 이름을 붙이고 나서야 우리가 어디쯤 흘러왔는지 알수 있다. 내가 아끼는 여름이 벌써 절정이다. 이 여름의 한 중간에 올곧게 서 있어야 시린 계절에 덜 아플 수 있다.
딸기와 수박
첫째를 마중하는 유치원 버스 정류장 가는 길에 딸기가 종종 열린다. 그건 뱀딸기다. 엄마는 어린 시절 먹었다고도 하는데, 이름이 왠지 수상하다. '뱀'이라는 접두사는 가끔 의뭉스럽고 독살될 것만 같다. 아파트 화단에서 자라는 과일이라니, 짙은 초록에 툭툭 튀어오른 붉은 색만큼이나 이질적이다. 우리는 그저 가까이에서 뱀딸기를 보고, 가끔은 들꽃을 꺾어 꽃다발을 만드는데 끼워넣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너덧개 열렸던 딸기의 줄기들은 여기저기 버져 있어서, 아파트 화단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역시나 자연은 사람보다 곰살맞고 굳건한다.
채소와 과일은 입에도 대지 않는 둘째가 먹는 아주 희소한 과일 중에 하나가 바로 수박이다. 며칠 전부터 수박화채를 같이 만들어먹자고 노래를 부른다. 마트에 갔는데 수박 가격이 너무 살떨린다. 3-4만원에 이르는 커다란 수박 대신 주먹 만한 복수박을 골라와 화채를 만들어먹는다. 제 생일들에 딸려온 플라스틱 칼로 제법 야무지게 수박을 썰어 낸다. 설탕을 조금 넣고 얼음을 퐁당 담궈 휘휘 섞는다. 후룩후룩 아삭아삭 마시고 나니, 여름의 열기가 가신 듯 하다.
저마다의 계절에 짝을 이루는 과일들이 있지만 여름의 과일들은 더욱 풍성하고 좀 더 감각적이다. 물기가 많아 먹다보면 나도 모르게 스읍하고 소리가 난다. juicy하다. 이 영어의 단어가 '재미있는' '매력있는'이라는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건 여름에 어울리지 않는가. 여름의 과일들은 왠지 더 진하게 여름 속에 남으니까. 지치지 말고 여름을 누려야지, 복숭아도 수박도 더더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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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구름은 또 이렇게 아이스크림처럼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