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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大暑) 옥수수

by 봉진

2025년 7월 22일(화)

최저온도 22°/ 최고온도 32°



24 절기 중 12 절기에 해당하는 대서(大暑). 절기의 반을 보냈다.

절기를 챙기고 나니 일 년의 반을 보낸 것과 절기의 반을 보내는 것의 마음가짐이 다르다.

일 년의 반을 보냈을 때는

'새해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벌써 반년이나 지났다니 시간 참 빠르다.' 였다면

절기의 반을 보내고 나니

'앞으로 남은 절기에 심고 수확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지?'

남은 절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려본다.


지난주 며칠 폭우가 쏟아졌고 집 근처 개울가의 물줄기도 세진만큼 물소리가 시원했다.

며칠 비가 내리고 나니 밭은 또 엉망이 되었다.

잡초로 무성한 밭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고 마음의 부담은 커져간다.

비가 많이 오던 때 하필 집을 비웠더니 잘 키우던 양배추는 겉잎이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애지중지 돌보지는 않았어도 나름 잘 크는 모습에 흡족했는데 안일했던 초보자는 속상했다.


미루고 싶어도 미루면 안 되는 밭일.

더위를 피해 아침부터 우리는 고무장갑을 끼고 잡초를 뽑았다. 아직 땅이 축축하여 잘 뽑히긴 했지만

그만큼 쑥쑥 잘 큰 잡초라 뿌리는 단단했다.

아침 6시 즈음 시작했는데 8시가 넘어가니 뜨거운 기운과 땀이 뚝뚝 떨어져 눈이 부시고 따가웠다.

더 미루면 안 되는 일이라 우리는 숨을 헐떡이면서 '조금만 더하자, 이것만 더하자' 힘들어도 참는 법을 배운 사람처럼 버티다가 '오늘 여기까지 하자'로 한순간 멈추었다.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고추 따는 일을 마친 이장님네서 옥수수를 삶아 나누어주셨다.

아침나절 땀 흘린 더위에 입맛이 없네 하고 앉아 있는데 잘 삶아진 찰진 옥수수를 보니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름 옥수수. 시골에 있으니 부러 챙기지 않아도 제철 음식을 챙겨주는 이웃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꼭 한 번씩 너무 추운 겨울에 여름 사진을 꺼내보곤 한다.

한여름에 바닷가, 울창한 숲, 반짝이는 윤슬과 여름 특유의 색깔들을 보면서 여름을 그리워했다.

다가올 겨울에 꺼내볼 여름 사진 중 하나는 오늘 먹은 옥수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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