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大雪) ; 큰 눈
2025.12.07(일)
최저 기온 3도 최고 기온 14도
포근하고 미세먼지가 많다
큰 눈에 희망을 담그고
한자 그대로 큰 눈이라는 의미의 대설은, 겨울의 세번째 절기이자 24개의 절기 중에 21번째 절기이다. 대설에 이르러 12월이 되었다.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생기고 어렴풋한 연말의 분위기가 흐른다. 새로운 해에 대한 기대감과 지난 해의 스산함이 공존하는 해의 끝이 찬기운에 감긴다.
옛날의 대설 또한 농한기로 땅의 일을 쉬어가며 다음해를 준비한다. 집집마다 메주를 쑤어 장을 담그고 청국장을 만든다. 대설에 메주를 쑤면 맛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대설에 눈이 많이 내리면 이듬해에 풍년이 든다."는 말은 실은 사실이 아니다. 눈이 많이 내린다는 대설은 중국 화북지방의 상황을 반영하여 붙인 것이기 때문에, 지리적 위치가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그러한 말들이 담겨진 것일까. 아마도 희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긴 겨울밤과 시린 집밖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다음해를 거듭해서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시간들. 우리는 어둠에는 희망을 들고 버티니까. 시레기와 곶감과 장독대 가득 담긴 장들을 채비하느라 언 손을 호호 불어갈 때, 그 하루를 버티게 하는 건 내일이 있다는 것이니까.
도시의 눈에 깃든 것들
대설은 일요일에 왔지만, 첫눈은 목요일에 왔다. 일기 예보엔 며칠 전부터 눈의 이모티콘이 등장했다. 월요일부터 엄마들 사이에선 술렁이는 소식이었다. 손장갑과 귀마개, 목도리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진 등원길에 옷이 두꺼워진 엄마들의 얼굴이 더 검게 변했다. 그러나 소식을 들은 아이들의 눈빛은 달랐다. 아주 기쁠 예정, 몹시 신날 예정의 아이들은 첫눈이 오면 놀이터에서 놀기로 했다는 약속을 버스에서 나누며 엄마들의 어깨를 다시 쳐지게 만들었다.
그, 첫눈이 왔다. 작년만큼은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펑펑 내렸다. 수제비 같은 첫눈이 떨어지자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거리를 내달렸다. 인도에 내린 눈들을 털장갑으로 쓸어답는 아이들은 뭉치고 던지고 깔깔 거렸다. 나는 그날 거대한 과녁판이었고 창의성 넘치는 눈사람 만들기에 동원되었다. 나의 어른 짝꿍은 작은 지옥을 경유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 오래 걸려도 1시간 30분이면 오는 귀가길이 4시간 30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눈의 풍경은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사실 도시의 것과 시골의 눈도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동네에 반려견들의 뒷처리들을 안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아이들이 눈을 뭉칠 때마다 엄마가 흠칫 거렸다. 눈은 도시에서는 깨끗하거나 무엇을 덮어 키우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에게 눈은 무해한 설레임이다. 눈은 생생하게 어른과 아이의 차이를 드러낸다.
대설에 눈은 오지 않고 미세먼지만 왔다. 목이 칼칼할 만큼 거친 공기 속에서 아이들의 산책길은 길가의 채소들을 일일이 호명하고 어떤 조형물도 쉽게 지나가지 않는다. 아이들이 쉽게 걷지 못해 오래 기다리는 일이 언제까지 될까? 5분의 거리를 기다리고 돌아보며 30분을 걷는다. 그럼에도 이 시간이 가능하면 오래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