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거미여인의 키스> 후기
내가 언젠가 어떤 게이와 방에 갇혀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우정을 너머 정분까지 나게 될까. 그런 일은 당연히 겪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오히려 정치적 투쟁심이 넘쳐서 내 한 몸 바치겠다는(?) 결심을 하는 쪽이 확률이 높지 않을지. 아니면 나의 진짜 성적지향이 어떤지는 모든(?) 걸 다 직접 경험을 해보기 전까지는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일지. 그렇다고 모든 걸 다 경험해 보고야 말겠다 할 정도로 진취적이지는 않다 보니 내가 발렌틴이라면 어땠을지 입장을 내놓기는 어렵다.
나는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사는데, 뭐든지 납득을 해야만 하는 성향이어서가 아니라 무엇인가 하나씩 알아 갈 때 세상이라는 퍼즐의 조각 하나를 맞춘 것 같은 작은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든 것의 원인을 알 수는 없다. 퍼즐이 진짜 너무너무 많으면, 저쪽 퍼즐은 누군가 맞춰 놓겠지 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랄 지, 세상에 경험해 볼 수 없는 것,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마주할 때는 그냥 그런대로 두기로 했다. <거미여인의 키스>를 읽고, 어떻게 발렌틴이 몰리나와 관계를 맺는 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가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또, 거기에 사랑이라는 것이 진짜 무엇인지 내 생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흥미로운 주제라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래저래 살펴봐도 내 생에 그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어림 짐작하여 몰리나와 발렌틴 사이는 그렇게 됐구나 정도일 뿐..
무엇인가 동의를 하고 인정하는 것에는 꼭 이해가 전제되는 것 같지는 않다. 작가가 책에 성소수자와 억압에 대하여 주석을 열심히 달기도 했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이해가 없기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해가 없어서 성수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라면, 인종차별은 진작 없어졌을 것이다. 또 성적지향이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그 이외의 인간성마저 파괴된 것만 같이 생각하는 것은 성적지향이 유전자에서 기인하느냐, 환경에서 기인하느냐 같은 논의와는 별개로, 그야말로 몰상식하고 무지한 것. 사실은 동의하지 않고, 인정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정말로 옳고 그름을 따져서가 아니라 감정적이든 정치적이든 뭐든 그냥 좀 다르기 때문에 싫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인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