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는 환경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후기

by 시우

'어린이는 배려와 도움이 필요한 존재다.', '아이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고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같이 아이들을 위한 생각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여전히 어른의 시선에 머물러 있지 어린이의 시선에 닿아있지 않다. 어린이 시선에 닿으려면 먼저 아이에게 어른은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가에서부터 고민을 해야 할 것인데, 나는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어린이에게 어른은 환경이다'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표현인 것 같다.


환경은 주어지는 것으로서 그 존재의 당위를 잘 묻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어른은 어른이다. 흔히 아이들이 '우리 아빠가 그랬거든!!'이라며 어른의 권위를 내세울 때는 무한한 믿음에 근거할 뿐 이성적 판단의 근거는 없다. 하지만 진짜 어른의 세계는 아이들의 믿음만큼이나 완전하거나 성숙하지 않고 여전히 유치하다. 20대든 30대든 70대든 80대든 사실 다 살면서 처음 겪는 나이인데 당연하다. 그럼에도 어른이 어른인 것은 또, 어른이어야 하는 것은 진짜 어른이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환경으로 바라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어른은 그대로 세상이 된다. 아이들을 볼 때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고, 좋은 세상을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아이들을 위하는 것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투영되는 좋은 세상을 우리도 보고 싶고 바라기 때문이겠다. 그래서 이번에 읽고 본 <어린이라는 세계>와 <미스 리틀 선샤인>이 그렇게 위로가 되고 마음을 울렸는지도 모르겠다.


내게 누가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이고 되고 싶으냐 묻는다면 <미스 리틀 선샤인>의 올리브를 둘러싼 가족과 같은 환경이길 바란다고 말할 것이다. <미스 리틀 선샤인>의 올리브 가족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다 실패자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이 좋은 가족이자 어른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에 나가는 여정동안 각 가족에게 온갖 실패가 다가오지만 그것이 좋든 싫든 함께 한다. 실패를 함께 하는 것은 수치심을 함께 하는 것이고 존재 자체에 대한 지지다. 올리브에게 미인 선발 대회에 나가 스트립쇼를 췄던 그 장면은 지우고 싶은 흑역사이기었다가도, 언젠가는 그 앞에서 같이 춤을 추고 비웃음 앞에 함께 서주었던 나의 가족들을 평생 기억하고 싶을 추억이 될 것이고, 힘든 순단이 닥쳤을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존재 자체에 대한 지지만큼 큰 힘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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