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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쉐비 Nov 01. 2021

경험을 나누며 협력을 모색하다

그러다 알게 된 분양형 단지들의 이모저모

   사업시행자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은 나에게 여러모로 값진 자산이 되었다. 하루하루 이어지는 삶도 곧 협상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습관화되었다. 나만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만사 계산적으로만 행동하지말아야겠다는 평소 생각의 실천이. 무슨 일이든, 상대방이 누구든,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이른바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은 - 약간의 긴장감이 있기는 하지만 - 언제나 흥미롭고 유쾌하다. 이제 그렇게 삶을 절대 긍정하며 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상대방과 나누는 찰진 대화가 생산적인 결과를 낳고, 삶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경험이 나에게 확인시켜 준 소중한 교훈이다. 누군가에게 말을 붙여보면 뭔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기대가 항상 꿈틀거린다. 그런 사고와 태도가 삶에 활력이 돋게 하고, 왠지 모를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다. 사람이 이렇게도 변할 수 있구나. 나를 두고 가끔 하는 생각이다. 돌아보면, 설득, 협상, 몸짓 또는 바디랭귀지, FBI(미국 연방수사국) 이야기, 장사, 영업, 상담 등 커뮤니케이션과 심리 분야의 책을 두루 읽었던 독서의 영향이 컸다. 인생 본 게임인 1막이 끝나버린 뒤에야 이룬 변화여서 많이 아쉽기는 하다. 그렇지만,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한 결실이기에 자부심과 보람은 크다.^^ 협상은 대화하게 하고 공존공영을 지향하는 속성이 있는 만큼 사람을 얻는 훌륭한 대화의 기법이다. 노련하고 품위 있는 대화는 나이가 들수록 건강과 행복감과도 직결된다. 뭔가 답을 찾는 사람들에게 내가 직접 겪은 경험담을 소개하고 해법을 찾도록 돕는 일은 또 다른 기쁨이다.

  



   하여, 내가 사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547세대)은 법에 따라 설치자가 운영하고 관리한다는 원칙을 실무적으로 적용하지 않기로 합의한 첫 사례가 되었다. 그러자 주변의 다른 노인복지주택단지에서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수 있냐며 직접 나를 만나 물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입소문은 우리 단지에서 살다가 다른 노인복지주택단지로 이사를 가서 사는 사람들이 주로 퍼뜨리고 있다는 것을 방문 인사들의 말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이름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본의 아니게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외부인인 설치자 대신 주민대표기구가 시설(주택)을 관리 운영하게 된 점에 가장 큰 관심을 표시하였다. 그런 과정을 투쟁이나 소송 등 극단적 방법에 의하지 않고 합의에 의해 평화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사실에 특히 주목하며 부러워하는 눈치다. 처지가 비슷한 수원과 용인의 각 단지 주민대표와 회장, 관리소장, 원로모임 회장 등이 전화를 하거나, 대개는 개별적으로 찾아와 면담을 하였다. 평소 모르고 있었던 경기도 하남의 B 노인복지주택단지에서도 다녀갔다. 그런 만남은 1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다. 그 후에도 자주 전화 연락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하였다. 그러다 보니 동병상련하는 단지 간 네트워크(network)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본의 아니게 전도사 같은 역할을 하게 된 나는 그 관계망의 중심에 계속 서 있어야 했다. 입주 연령 제한 등 불합리한 규제 철폐를 공동목표로 쉽게 인식하게 되었고, 그들은 내가 앞에 나서서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눈치들이었다.




   각 단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동대표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 단지가 처해있는 현황을 듣게 된다. 그때는 내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단지별 정보를 업데이트(update)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정을 종합해 보면, 왠지 러시아의 어느 유명 작가의 말이 변형된 모양으로 떠오른다. 즉 행복한 단지라면 별 잡음 없이 조용할 텐데,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내분을 겪고 있는 노인복지주택은 단지마다 각기 다른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A노인복지주택(수원)

시청에 설치자 신고가 되어 있고, 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는 입주자인 각동 대표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르면, 운영위원회는 시설의 장, 시설 거주자 대표, 시설 거주자의 보호자 대표, 시설 종사자의 대표, 해당 시·군·구 소속의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후원자 대표 또는 지역주민, 공익단체에서 추천하는 사람, 그 밖에 시설의 운영 또는 사회복지에 관하여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이 임명하거나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단지의 운영위원회 구성원은 법률 규정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외부인으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이 법 규정은 임대형이라면 모를까 사유재산인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에 그대로 적용하기란 입주자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규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단지의 운영위원회 구성은 현실론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최근에는 운영위원회 회장이 거주자 요건에 맞지 않다는 자격시비에 휘말려 논란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D노인복지주택(수원)

시청에 설치자 신고는 되어 있으나, 형식상 존속할 뿐 시설의 운영관리에는 입주자와의 합의에 따라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의사결정권을 입주자(소유자인 거주자) 대표기구가 행사한다. 입주 당시부터 적용하던 도급관리방식을 입주자가 위탁관리방식으로 바꾼 이후 과도했던 관리비가 많이 인하되는 성과도 보았다. 신축 경기도청 등 공공청사 융합단지, 지하철역(광교중앙역), 대학병원, 백화점 등 입지여건도 뛰어난 데다 운영관리가 가장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I노인복지주택(용인)

설치자가 시청에 설치신고를 하지 못하여 물러나 현재는 무신고 시설로 분류되고 있다. 설치자가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도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손을 들었다.  노인복지주택으로 분양하였으나, 입주자들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여 관리인과 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 중이다. 법 적용 면에서 다른 단지들과 차이가 있기는 하나 무신고 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한 선택으로 보인다. 설치자 신고를 필하지 못함에 따라 주택연금 가입이 불가능하다. 지역난방요금 할인혜택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


S노인복지주택(용인)

1천 세대가 넘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경전철역과 대형병원이 인접해 있어 입지여건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다른 단지들이 입주자 중심의 시설운영관리를 지향하는 반면, 여기는 시청에 적법하게 신고된 설치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단지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다 보니, 규제와 관련하여 다른 단지들이 입주 연령 제한, 거래제한 등의 철폐를 강력히 요구하는 데 대하여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설의 운영관리방식을 두고 입주자대표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입주초부터 제기되며 굴곡을 겪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소수의견으로 잠복해 있다는 전언이다. 식사제공 서비스가 제공되며 의무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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