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선껌 Dec 27. 2020

다시 올 것 같지 않은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해

 내 첫 해외여행은 22살 때 호주로였다. 호주를 택한 이유는 여행을 했던 2월에 호주가 여름이어서였다. 10박 11일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시드니, 캔버라, 멜번을 갔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멜번에서 시드니로 돌아갈 때는 옆에 앉았던 양복을 입은 남자가 여행 중이라고 하는 나에게 ‘멜번에 얼마나 있었냐’고 물으며, 내가 3일이라고 답하자 ‘지금 뭐하는 거냐, 당장 내려라’라며 농담을 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 그 상황을 기억하는 건 그 때 내 마음이 진심으로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멜번에서 하루, 이틀 정도 더 있지 못한 것, 시드니에서 맨리 비치에 가지 못한 것, 브리즈번에 가지 못한 것 등이 너무 아쉬웠고 당시 생각으론 이후에 굳이 비행기를 타고 호주로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2년 후, 브리즈번에는 교환학생으로 1년을 있게 되었고 멜번에서는 긴 방학 중 2달 동안 지냈다. 시드니에서 학위를 하는 3년 동안 맨리를 몇 번 갔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갔다. 콕 찝어서 브리즈번과 멜번에 가기 위해, 맨리 비치를 가기 위해 돌아온 건 아니었지만, 예전의 아쉬운 마음이 충분히 덮일 정도로 해당 장소들에 오래 머무르게 되었고 만족한다.

멜번의 랜드마크 Flinders street 역, 야경이 유명한 야라강 (왼쪽 부터)
쭉 뻗은 백사장이 인상적인 시드니의 맨리 비치


 다시 올 것 같지 않은 기회는 실제로 다시 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의외로 별 기대를 하지 않아도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부정적인 것들만 더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에 내가 놓쳤던 기회들만 더 뇌리에 강하게 남아 ‘기회는 놓치면 안 돼’라는 강박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사방에 널려 있는 기회를 ‘지금만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착각하기도 한다.


 여러 상황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 보다는 ‘오고 가는 기회들에 유연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