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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Feb 17. 2022

2021년 8월 29일

작년부터 1년 반 정도 해오던 책 작업을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비단이 사진 정리를 했다. 연도별로 폴더들을 하나하나 다 열어서 비단이 사진만 따로 모았다. 원래 콤팩트 카메라를 일상에서 자주 썼기 때문에 사진이 꽤 많았다. 스마트폰을 주로 쓰게 된 시점부터는 오히려 사진 정리가 수월했으나 콤팩트 카메라, dslr, 폴더폰 등을 섞어 쓰던 시기의 사진들이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사진을 정리하고 앨범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남편이 앨범을 만드는 건 나중에 하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대신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조금 인화하려고 모아놨다. 그중엔 패브릭에 프린트하려고 골라놓은 사진들도 있다. 오늘 드디어 사이트에 주문을 넣었다. 의자와 침대에서 쓸 쿠션을 만들기 위한 원단인데 사진이 잘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 프린트 상태도 확인할 겸 사진들을 여러 개 넣어서 한 마를 주문 해 봤다. 배가 찬 편이라 잘 때 항상 쿠션을 배에 올려놓고 자곤 하는데 비단이 사진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사진을 고르느라 비단이 사진들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다 확인했는데 기분이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당시엔 분명 즐거운 사진이었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진들을 정리하는 며칠 동안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도 스쳤다. 딱히 적어놓지 않는 이상 모두 다 흩어져 버린다. 생각이 떠오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시간은 그냥 흐른다. 내가 의도적으로 비단이 생각을 붙들고 늘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나는 그냥 좀 생각 정리가 느린 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생각이 정리되면 그것에 대해선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비단이에 관한 생각은 감정의 정리이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는 나에 대한 정리이기도 하다. 뭐 평생 해야 할 생각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떤 시기마다 정리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정리를 하지 않으면 제자리를 뱅뱅 도는 느낌이 들어버리니까.


그러고 보니 이번 달에 비단이 사진을 실컷 봐서 그런가 비단이 그림을 완성한 게 하나도 없다. 다음 달에 천천히 완성해야겠네.


202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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