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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Feb 19. 2022

2021년 9월 12일

지난번 원단에 인쇄한 사진들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화질이 좋지 않은 데다가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감에 뭔가 낯설었다. 비단이의 사진이 커다랗게 프린트된 모습이.. 꽤 낯설었다. 사진을 고르면서도 왠지 쨍하게 프린트되진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내가 그린 그림을 프린트하는 게 더 깔끔하게 출력될 거 같다는 생각이 내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사진만으로 쿠션을 만들어야겠다고 내 머릿속이 고집을 부린 건 아마도 사진과 그림 중에 조금 더 비단이와 가까운 진짜를 가리고 있었던 것 같다. 어이없게도.


사실 둘 다 비단이는 아닌데. 하나는 카메라가 찍은 것이고 하나는 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다시 그림으로 그린 것일 뿐이다. 내가 비단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림에 더 많이 담겨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왜 사진만 고집했던 걸까. 사진이나 그림이나 둘 다 허상인데 말이다.  


그림은, 내가 그린 비단이 그림은, 비단이를 사랑하는 마음도 담겨있긴 하지만 그보다 우선은 나를 위로하고 진정시키기 위한 그림이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진에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그림에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처럼 복잡함이 덜 느껴졌다. 어차피 나 좋자고 하는 건데 거기서 왜 더 진짜를 찾으면서 불편해하는 걸까. 바보같이.


2021.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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