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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윤희 Feb 20. 2022

2021년 9월 24일


요즘 그동안 비단에 관해 써왔던 핸드폰의 메모들을 문서 프로그램으로 옮겨서 정리하고 있다. 재작년의 어느 날부터 얼마 전까지의 글들을 쭉 읽으면서 조금 힘들기도 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 아주 서서히 약간은 객관적으로 글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오늘 문득 '혹시 나는 실패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이가 아팠고 그걸 넘어서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나는 그걸 실패로 생각하고 있던 것 아닐까. 죽음은 모든 생명이 다다르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머리로만 생각할 뿐 마음속 깊은 곳에선 죽음을 실패로 인식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또 누군가를 키운다거나 하는 걸 자신 없어하고 두려워했던 게 아닐까. 죄책감을 키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실패의 좌절감을 느낀다는 걸 의식하지 못했던 건가. 여태껏 비단이의 죽음을 실패와 연결시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나자 내가 느꼈던 많은 것들이 실패의 느낌으로 읽힌단 생각을 했다. 평소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내 안의 깊은 곳에선 실패의 감정들이 성실하게 쌓여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왜 그동안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외면하고 있었나.


202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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