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비단이를 그리워하며 비단이가 빛이 돼서 나에게 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내 생각만 한 것 같다. 빛의 속도는 엄청날 텐데, 어디든지 갈 텐데, 우주의 먼지보다 못한 내가 좋자고 비단이가 원하는지도 모를 빛이 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비단이의 몸은 다 타고, 남은 가루는 아직 우리 집 책장 위에 있다. 비단이를 비단이었게 한 그건 어디로 가는 건지 궁금하다. 그냥 흩어지는 건가. 어쨌든 나와 함께 했던 삶 말고 그 이후는 내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비단이는 이미 내 삶 속에 빛으로 존재했었고 지금도 마음속에 빛으로 존재하고 있다.
20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