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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00 재롱

부모만이 느끼는 행복

아이의 재롱이 늘었다.


제법 두발로 서기도 하고 손과 팔의 움직임도 자연스럽다. 옹알이 소리도 어느덧 말처럼 들린다. 말을 알아듣는 것도 맥락을 파악하는 것도 늘었다.  출근 준비를 하고 있노라면 한켠에서 미리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란다. 뽀뽀를 해달라면 해준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춤을 추기도 한다.  


곧 아이는 말을 하고 완전히 걷고 뛸 수 있게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노래도 배우고 춤도 배울 것이다. 나는 퇴근 후에 아이의 공연을 보게 될 것이고, 그것만으로 피로가 풀리며 행복에 가득찰 것이다. 그 미래의 상황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그 노래는 동요에서 가요나 팝, 심지어는 클래식이나 월드뮤직이 돼있을 것이고, 악기를 연주할지도, 발레나 라틴댄스를 할지도, 주짓수나 킥복싱이 될지도 모른다. 무엇이 됐든, 경이롭고 행복할 것이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그런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취미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고, 그것이 직업이라 할지라도 엄마아빠가 오면 신경쓰이니까 오지 말라고 만류할 것이다.  나는 아마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서 아이의 모습을 몰래 찾아보게 될 것이다. 아이는 그마저도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나는 그게 그렇게 서운하진 않을 거다. 아이가 더 잘 하는게 중요하니까. 어쨌든 잘 하고 있으면 되니까.


이렇게 서글픈 생각으로 이어진 이유는,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몇년간 음악을 하면서 가족들에게는 공연 일정을 알리지 않았다. 어디서 어줍잖은 강연을 하더라도 알리지 않았다. 부모님 앞에서 노래를 한 건 아마도 25년 전 쯤이 마지막이다.


그러다 다시 문득 생각했다. 25년째 재롱을 보여주지 않은 아이가, 마흔이 다 된 나이로 이제 여든을 앞둔 나에게 재롱을 부린다면 어떨까.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주짓수나 킥복싱을 보여준다면 어떨까.


그것 만으로 아마도 내 일생일대의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꿈 같은 상황은 쉽게 확신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 앞에서 노래를 할 기회를 모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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