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재미있어하는 것도 많고, 좋아하는 것도 많고, 사실 운이 좋아 실제로 해본 것도 많다.
그런데 다 해보기만 했다.
해보고 그걸로 끝. 어디다 써먹을 수가 없다.
운 좋게 많은 것을 해보며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장 회사에서 잘려서 길거리에 나 앉을 때 나를 먹여 살려줄 수 있는 인생 planB가 없다는 게 아쉬웠고, 걱정됐다.
그래서 내가 해보던 것들을 가지고 planB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일단 고른 건 두 개! 운동 하나. 먹는 거 하나. 인생 긴데 기왕이면 내 몸에 득 되는 것들을 파보겠다는 계획이다.
요리
엄마가 요리를 잘하셨고 늘 요리를 할 때면 "이건 골고루 간이 잘 베이게 하려고 이렇게 하는 거야. 여기서 키포인트는 핏물을 빼주는 거야." 등등 늘 설명을 하면서 하셨었다. 덕분에 요리에 대한 잡지식이 꽤 많아져 내가 먹고 싶은 건 해 먹을 수 있는 정도? 하지만, 굶어 죽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해 먹으며 살 수 있다는 것이지 지금 상태로 내'요리'실력은 내 인생의 plan B가 되어주지는 못한다.
앞으로 쌓아 나갈 레시피의 키워드는 #제철식재료 #건강식 #간단한요리
식재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난 뭔가 이렇게 공부하는 게 뿌듯하고 좋더라._.) 영양의 균형이 잘 잡혀있는 식단을 짜보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하나의 재료를 가지고도 요리 방법을 다양하게 변주해서 내가 자주 먹어야 할 재료들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마지막 키워드는 귀찮은 나를 위해, 그리고 요리가 귀찮은 많은 이들을 위해 중요하다. 요리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주말에 미리 많은 양을 준비해 놓을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해 직장인들이 참고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 볼 생각이다.
운동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건강체질도 아니다. 100살까지는 살 것 같은데 이 몸뚱아리 가지고 앞으로 70년은 더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에 요가, 수영, 필라테스, 발레... 그나마 좋아하는 운동들을 1개월 하고 3개월 쉬고, 3개월 했으면 6개월 쉬고, 4개월 하면 1년 쉬는 헐렁헐렁한 리듬으로 유랑하고 있다.
땀나는 것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수영이 참 매력적인데 수영은 앞뒤로 잡아먹는 시간이 많다. 가장 재미있었던 건 발레지만 집 근처 발레 학원은 너무 조그마해서 한두 달 배우고 나면 '다음 달은 수강생이 적어 폐강입니다. 다시 수업이 개설되면 연락드릴게요'라는 슬픈 이별통보를 듣고 헤어져야 했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3위, 나름 10년 전부터 매년 2개월 정도씩은 꾸준히 함께 했던 필라테스이다.
척추측만에, 거북목 등 현대인의 질병을 고루 갖춘 덕에 도수치료를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 도수 선생님께 '필라테스를 1대 1로 받으면 많이 도움이 될까요?'하고 묻자 그러지 말고 차라리 강사 과정을 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셨다. 남의 손을 빌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스스로 공부해서 자기 몸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지 못했던 방법인데 너무나 맞는 말이었다. 그 길로 다양한 센터에서 진행하는 강사과정을 찾아봤는데... 괜찮아 보이는 곳은 너무 비싸고(실제로 당장 필라테스 강사의 길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데 너무 큰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적당한 가격을 제시하는 곳은 온라인 강의로 많은 부분이 대체되는 등 정말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일단, 다시 필라테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우선 그룹부터. 그룹을 꾸준히 다니고 많은 필라테스 강사들을 만나보면서 가장 맞는 길을 찾아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