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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wover Feb 18. 2020

질서 잡힌 카오스_nonce

공간 수집가2_역시 직접 가봐야 돼

이상한 나라의 nonce에 다녀왔다.


공간을 운영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일에 발을 들어놓고 나니 카페를 가도

오! 테이블 배치를 이런 식으로 해뒀네.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어 뒀구나... 멤버십도 있네? 책도 엄청 많고. 독서 모임이랑 커피 수업을 여는구나. 어떤 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거지?

이런 시각으로 공간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던 중 nonce 이야기를 들었다. '이상한 곳'이라고. 커뮤니티가 이미 형성된 상태에서 공간이 만들어져 엄청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곳이라고 해서 공부가 될 듯싶어 투어 신청을 했다. (nonce는 공유 주거공간 겸 공유 오피스 겸 공유... 공유... 공유... 아무튼 모든 것이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인데, 최근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입주희망자 또는 나 같이 nonce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해하는 자들을 위해 투어를 진행하고 있었다.)


질서 잡힌 카오스

투어를 가기 전 홈페이지와 브런치 글, 유튜브를 뒤지며 나름 열심히 공부해 갔음에도 들어가자마자 멘붕에 시달렸다. 1층 라운지를 왜 이렇게 넓고 휑하게 만들어 놨나.. 했더니만 우리가 1층을 구경하는 내내 두 분이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내 옆을 빙글빙글 돌았다. (점프해서 보드를 뒤집는 걸 연습 중이 셨던 듯했는데... 성공한 건 보지 못하고 나왔다. 덕분에 보드가 중력에 못 이겨 10번쯤 바닥에 내팽게쳐졌다.)

이 시점에서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단어는 '카오스'였다.

2층에 있는 공유 오피스도 마찬가지였다. 파티션 하나 없이 넓게 펼쳐진 책상 위에는 메모, 책, 서류, 노트북, 키보드 등이 혼재해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바'가 하나 있었다. 그것도 발레리나 바. 발레가 전공인 분이 스트레칭을 하기 위해 소파 앞에 놓아둔 그 바가 멋있어서 팔에 오도독 소름이 돋았다. 오피스에는 침대도 있고 방송 스튜디오도 있고. 논스에 사는 사람들이 해보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자꾸자꾸 진화하고 있었다.

그다음 만난 카오스는 방이었다. 해외여행에 가서 묵었던 도미토리도 6~8인실이었던 것 같은데 9인실까지 있는 논스의 방은 보통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같은 방을 쓰는 형태라고 했다. 덕분에 아무리 잘난 대표님도 9인실, 6인실에서 조막만한 침대를 사용한다고. 개인 수납공간이 없어 복도에 펼쳐진 옷걸이 들을 보다가 이상한 포스트잇 하나를 발견했다.

'공유 옷장! 일찍 일어나는 자가 이쁜 옷을 입는다'

자그마치 6명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 옷장이었고, 남녀조차도 구분이 없는 것 같았다.(대부분 맨투맨이나 후드티 같은 것들이 많아 보이긴 했다.) 논스에 사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구분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효율성, 합리성 등을 추구하고 있다는 게 여기저기 가득했다. 쓸데없는데 신경 쓰고 쓸데없는데 시간 쓰는 걸 정말 싫어하는 사람들일 것 같았다.


그렇게 보고 내려간 공유 부엌에서는 더 신기한 종이를 발견했다. A4용지가 분명한데 풀을 먹인 것처럼 조금은 톡톡해진, 하지만 빳빳하게 펴지진 못하고 꿀렁꿀렁 울퉁불퉁 물기를 머금어 버린 요상한 종이였다.
'현미밥 외상장부^^'

선주문한 사람들 이름은 프린트되어있었지만 안 한 사람들은 아래 빈칸에 자기 이름을 쓰고 먹으면 되는 듯싶었다. 몇 끼니 먹었는지는 오른쪽에 바를 정을 그려 표시했고 중간중간 정산했을 시 괄호치고 몇 월 며칠 입금. 이렇게 자체적으로 결산을 진행했다. 100명이 사는 곳에서 이게 이렇게 운영이 된다고???
누구나 이용 가능한 무료 공간을 운영하면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만난 '현미밥 외상장부'는 부럽디 부러운 종이 쪼가리였다. 꼬깃꼬깃해진 종이 아래 한편에 적힌 '같이 식사하는 만큼 아래 룰을 지켜주세요'라고 적은 1,2,3번 룰이 너무나 잘 지켜지고 있을 것만 같아서.


이렇게 구석구석을 보고 나니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카오스'라는 단어 앞에 꾸밈 어구가 하나 붙었다. '질서 잡힌 카오스'

그렇다. nonce는 질서 잡힌 카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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