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동두천 <태양 베이커리>

80년대부터 이어진 ‘레트로가 아닌 일상’

by 빵챙

동두천은 처음이었다. 동인천과 헷갈려 인천 어딘가일 거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경기도였다. 첫인상은 조금 씁쓸했다. 임대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드문드문 마주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낯선 나를 유심히 살피며 지나갔다. 젊은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였을까. 지방의 작은 소도시 같기도 했고, 실제로 거리의 분위기는 동인천과도 닮아 있었다.


첫 번째 빵집은 지하철 1호선 보산역 근처에 있었다. 출구로 나오자 거리는 조용했고,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걷다 보니 작은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임대 건물들 사이에서 영업 중인 그 카페를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밝은 색으로 채워진 동글동글한 서체의 간판을 지나치며, 이유 없이 마음 한편이 가라앉았다.

태양 베이커리는 간판부터 마음에 들었다. 특히 태양 모양의 이미지가 유난히 귀여웠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장님은 주방에서 작업 중이셨고, 내부는 놀랄 만큼 깔끔했다. 빵의 종류도 다양했다. 단팥빵, 슈크림빵, 식빵, 생크림빵, 고구마빵까지. 모든 빵은 정갈하게 개별 포장되어 있었고, 온화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닌 사장님을 닮은 모습 같았다.


“이 많은 빵을 매일 혼자 다 만드세요?”
“과자 같은 건 전날 미리 만들어 두기도 하고요.”
“정말 대단하세요. 가게가 너무 멋져요.”
“허허.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 아니에요?”
“아니에요. 진짜예요.”

사장님은 장사가 잘되지 않아 요즘 의욕이 떨어진다고 하셨지만, 웃음만큼은 잃지 않고 계셨다. 가게가 예쁘다, 멋지다는 말을 연달아 건네는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도 어딘가 쑥스러워 보이셨다. “가장 인기 있는 빵이 뭐예요?”라고 묻자, 사장님은 잠시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그런 거 없어요.”


생크림빵과 자투리 반죽으로 만든 과자, 녹차빵, 호밀 통단팥빵을 골랐다. 서울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이어졌다. 레트로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는 것에, 나도 모르게 약간의 반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복고적인 서체, 오래된 디자인, 빛바랜 물건들을 그저 예쁘다거나 새롭다고만 소비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것은 ‘어떻게 보이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삶의 방식이었다.

레트로란 뭘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오늘의 뉴스, 정해진 시간에 주방으로 들어가는 일, 가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 어제의 반죽을 다시 만지는 촉감. 그들의 평범한 하루를 나는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닐까.


“젊은 사람들은 이런 데 잘 안 오지. 이런 빵 안 좋아하잖아.”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이런 빵도, 이런 가게도 정말 좋아해요.”

몇 초 동안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흐뭇하게 웃으시던 태양 베이커리 사장님의 얼굴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레트로는 과거를 재현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찾아왔다는 말, 멋지고 대단하다는 말, 이런 공간이 오래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말. 어쩌면 그런 말들이 그들에게는, 하루를 조금 더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설렘일지도 모르겠다.


<태양 베이커리>의 외관. 태양을 형상화한 귀여운 도형 이미지가 귀엽다. “018” 번호로 시작되는 전화번호가 세월의 흐름을 대변한다.
간판은 물론 유리면과 베이커리 글자까지 이어진 전구줄이 레트로함을 더한다. “빵”의 서체가 갓 구운 빵처럼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깔끔하고 모던했던 내부. 진열대를 둘러싼 분홍색 레이스 커튼이 정겹다. 벽 한 편에 직사각형으로 길게 마련된 거울이 흥미롭다.
(사장님의 온화하고 다정한 미소가 정돈된 빵들 사이에서 느껴진다.
계산대 근처에는 텔레비전, 소파 등 휴식공간이 있고 이동식 식힘렉에는 막 구운 머핀이 풀밭 위 꽃처럼 가지런하다. 하나 먹어보라고 주셔서 맛 보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구매한 빵들. 왼쪽 위부터 녹차빵, 생크림빵, 호밀통단팥빵, 자투리 과자묶음.



[태양 베이커리]

경기 동두천시 동광로 56


1. 방문 날짜

2026년 1월 8일

2. 방문 시간

오전 11시 30분경

3. 첫인상

간판은 예스러우나 내부는 환하고 깔끔하다. 전반적으로 가지런한 인상이며, 오래된 빵집임에도 살짝 모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4. 역사

1980년 1월부터 운영

5. 외관

- 간판 주변에 스트링 라이트가 둘러져 있어 은은하게 반짝인다. 레트로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요소다.

- 간판 하단에 적힌 ‘018-’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가게의 연식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 간판에 적힌 단어 “빵” 자체가 요즘 보기 드문, 오래된 감각을 품고 있다.

6. 내부

- 백열등 조명이 공간을 전체적으로 밝게 만든다.

- 내부는 매우 정돈되어 있으며, 빵 진열 또한 가지런하다.

- 선반 곳곳에 놓인 레이스 커튼이 소소한 레트로 무드를 더한다.

- 포장된 빵을 손님이 직접 골라 계산대로 가져가는 방식.

7. 레트로적 요소

- 손글씨로 적힌 빵 이름표

- 선반의 레이스 커튼

-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TV 소리

- 벽에 걸린 달력, 오래된 선풍기와 의자

- 유리창에 붙은 컷팅 시트지

- 간판에 달린 전구줄

8. 메뉴 및 진열

- 가격대는 전반적으로 1,000원~3,000원 선.

- 단팥빵, 슈크림빵, 소시지빵, 생크림빵, 카스텔라 등 전통적인 메뉴 위주.

- 소금빵 등 유행 메뉴는 없음.

- 케이크는 과거에 판매했으나, 프랜차이즈 빵집의 영향으로 중단했다고 함.

9. 구입한 빵

- 생크림빵(1,000원): 식물성 생크림을 사용해 많이 달지 않다. 모양은 투박하다.

- 과자 묶음(3,000원): 남은 반죽으로 만든 과자. 겉모습은 버터 쿠키 같으나, 은은하게 멜론빵 향이 느껴지는 반전이 있다. 깨 토핑으로 담백한 맛.

- 호밀 통단팥빵(1,000원): 단팥의 당도는 비교적 높은 편. 겉은 다소 푸석하나 데워 먹으면 더 좋을 듯하다.

- 녹차빵: 멜론빵을 닮은 비주얼의 빵. 녹차 향은 아주 은은한 정도.

10. 기타 메모

- 재방문 의사: 있. 맛보다는 가게의 분위기와 사장님과의 대화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 포스기 없이 계산기로 결제.

- 주 고객층은 장년층과 노년층.

- 주변 상권은 노후화되어 있으며, 인근에 카페나 다른 빵집은 거의 없다.

11. 한 줄 정리

주인을 닮아 단정하고 순수한 빵들. 지나온 시간에 대한 배려와 책임, 그리고 꾸준히 반복되는 일상의 리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