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은평구 <빵굽는사랑방>

남아 있는 동네, 남아 있는 빵

by 빵챙

증산역 주변은 재개발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동네다. 임대 상가가 많고 유동 인구는 적었다. 때를 놓쳐 근처 분식집에라도 들어가면, 매장은 텅 비어 있기 마련이었다. 노후된 시설이 많은 이 동네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넘게 매일같이 빵을 굽는 빵집이 하나 있다. 가게 앞에 서자 옅은 낙엽색을 머금은 글자로 쓰인 간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빛바랜 색감이 오히려 계절에 스며든 듯했다. 간판 위에는 둥근 조명 세 개가 나란히 달려 있었는데, 오래 그 자리를 지켜온 물건처럼 보였다. 이유 없이 그 조명들이 귀엽게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빵 굽는 향이 은은하게 퍼져왔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빵집이었다. 남자 사장님은 계산대 뒤편에 마련된 좁은 공간에서 계속해서 빵을 굽고 있었고, 여자 사장님과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포장된 빵들이 얌전히 놓인 선반 앞을 서성이며 카스텔라부터 스콘, 크림치즈 빵, 각종 쿠키류를 찬찬히 구경했다.


“가장 인기 있는 빵은 뭐예요?” 하고 묻자, 치즈바게트가 담백해서 잘 나간다고 한다. 마침 소금빵을 막 구운 직후라며, 한쪽 식힘 렉에 고스란히 놓인 소금빵도 함께 추천해 주셨다. 치즈바게트와 소금빵을 사기로 마음먹고 매장을 다시 둘러봤다.

5~6평쯤 되었을까. 밖에서 보던 것보다 매장은 조금 더 작았다. 깔끔하게 정돈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우산과 의자, 박스 같은 생활 소품들이 좁은 홀 곳곳에 놓여 있어 시선이 빵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쇼케이스 안에는 몇 가지 케이크도 진열돼 있었지만, 밖에서 보았을 때는 케이크가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여자 사장님의 응대는 친절했고, 공간을 가득 채운 빵 냄새는 기분 좋게 남았다.


계산대 앞으로 다가갔을 때, 조그맣게 포장된 빵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베이비 마들렌이었다. 어렸을 적 자주 먹던 방울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단번에 추억거리가 생긴 기분이었다. 빵을 들고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테이블 위에 하나씩 펼쳐놓고 유심히 보던 중, 문득 ‘베이비 마들렌’이라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조금 전에 빵 사 간 사람이에요. 카운터 옆에 있던 귀여운 빵들 이름이 뭐였죠?”

전화 너머에서 사장님은 나지막이 웃으며 말했다.

“아, 베이비 마들렌이에요.”


레트로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무엇이 레트로일까. 각자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나는 그중 하나가 ‘표현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그란 마들렌, 방울 마들렌, 연꽃 마들렌. 이름을 붙이는 시선 하나에서 레트로는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나라면, 동그란 큐브 치즈가 박힌 치즈바게트를 두고 ‘별빛 바게트’라는 이름을 붙일 것이다. 치즈를 품은 바게트, 베이비 한 결을 가진 작은 마들렌처럼.


옅은 낙엽색의 빛 바랜 간판이 세월의 흔적을 설명한다. 간판 위 달린 둥근 조명 세 개와 유리문에 붙은 시트지 서체가 동글동글 귀엽다.
가게 중앙에 “세일빵” 이름표를 단 모습. 프랜차이즈 빵집에서나 보던 할인품목 모습인데 동네 빵집에서도 마주하니 새롭다.
카스테라는 혼자 먹기 좋은 양도 구비돼 있어 좋다. 전반적으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양과 가격이다.
(왼) 쇼케이스에는 키리쉬케익도 보인다. (오) 식힘 렉에는 막 구운 소금빵과 포장된 파운드케이크가 진열돼 있다.
(왼) 구입한 빵들. 치즈바게트, 베이비 마들렌, 소금빵. (오) 포일로 포장된 베이비 마들렌의 모습이 귀엽다.



[빵굽는사랑방]

서울 은평구 증산서길 66


1. 방문 날짜

2026. 1. 6

2. 방문 시간대

오후 1시경

3. 첫인상

간판 글자 색이 빛바랜 느낌이라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꾸밈없이 시간이 만들어낸 레트로함이 먼저 느껴진다.

4. 역사

현재 자리에서만 20년 넘게 운영 중.

5. 외관

- 유리문에 붙은 동글동글한 글자 시트지가 예스럽다.

- ‘빵’이라는 단어가 주는 소박한 귀여움이 있다.

- 유리문 곳곳에 붙은 케이크 포스터, 메뉴 이름, ‘케익 세일’ 안내문들이 다소 혼잡한 인상을 준다.

6. 내부

- 좁은 홀과 다소 정돈되지 않은 내부 구조.

- 우산, 박스, 의자 등 생활 소품들이 홀 곳곳에 놓여 있어 어수선하게 느껴진다.

- 작게 흐르는 라디오 소리, 이른 오후임에도 비교적 어두운 조도.

- 공간을 채운 빵 굽는 향은 기분 좋게 남는다.

7. 레트로적 요소

- 손글씨로 적힌 메뉴 이름표

- 빛바랜 간판

- ‘사랑방’이라는 이름이 주는 정서

- 오래된 느낌의 빵 봉투

- 고요하게 흐르는 라디오

8. 메뉴 및 진열

- 가격대는 전반적으로 1,000~3,000원대.

(스콘: 1,000원대, 일반 빵: 2,000~3,000원대, 카스텔라·파운드케이크: 6,000원대)

- 단팥빵, 카스텔라, 생도넛, 식빵 같은 전통 메뉴와 소금빵, 스콘, 바게트 같은 비교적 유행 메뉴가 함께 있다.

- 매장 한편에 ‘세일빵’ 코너가 마련되어 있음.

- 쇼케이스를 통한 케이크 판매.

9. 구입 항목

- 치즈바게트

달지 않고 담백하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도 바게트가 질기지 않았고, 큐브 치즈가 넉넉히 들어 있었다.

- 소금빵

오후 1시 무렵 방문 시 갓 구워져 나왔다. 바닥면이 바삭한 편이며, 버터 향은 과하지 않다. 무난하게 맛있다.

- 베이비 마들렌

쿠킹포일로 감싸진 모습이 레트로 하다. 전형적인 버터 마들렌 맛으로, 아이들 간식으로 좋을 듯하다.

10. 기타 메모

- 재방문 의사: 있음. 치즈바게트를 다시 사 먹고 싶다.

- ‘사랑방’이라는 이름이 지닌 따뜻함과 정겨움이 매장 전체 분위기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 내부는 좁고 빵 종류도 아주 다양하지는 않지만, 가격대가 착하고 전반적인 맛의 만족도는 높다.

11. 한 줄 정리

다소 비정돈된 내외부였지만, 빵의 향기만큼은 진했다. 진짜 사랑은 빛이 바래도 향으로 먼저 느껴지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