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가 남아 있는 레트로 빵집
첫 화에서 소개한 <태양베이커리>를 나선 뒤, 두 번째 빵집 <피노키오제과점>으로 향했다. 동네가 작고 소박해서인지 빵집들도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인상이다. 피노키오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체인점 커피숍이 하나둘 눈에 띄고, 인도와 도로 위로 사람과 차도 서서히 늘어났다. 아까 지나온 골목과는 확실히 다른 기척이다. 파리바게트와 메가커피도 나란히 보인다. 두 가게의 간판만으로 이곳이 동두천 중심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녹빛을 띤 ‘피노키오’라는 글자가 멀리서부터 반긴다. 역시나 ‘빵’이라는 단어가 이곳이 빵집임을 다시 한번 또렷하게 알려준다. 간판은 ㄱ자 형태로 둘러져 있어 모퉁이에서 바라봐도 눈에 잘 들어오고 벽돌을 연상시키는 물결 모양 어닝에는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그 아래로 시선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유리문에 붙은 ‘샌드위치’, ‘햄버거’, ‘고록게’, ‘고구마케익’이라는 시트지 글자들이 정겹다. 고로케를 ‘고록게’라고 적어 둔 점이 묘하게 우스꽝스럽고 귀엽다. 밖에서도 안이 비교적 잘 보이는 구조라, 유리문 하단에 붙은 주황과 빨강의 컷팅 시트지가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외관에 생기를 더한다. 가게 앞에 놓인 ‘빵 나오는 시간’ 안내판을 보니, 이곳 역시 동네에서 꾸준히 찾는 손님이 있는 집인 듯했다.
여사장님의 환한 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계산대 뒤 주방에서는 도구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계속해서 빵을 구워내고 있는 모양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국화’라는 이름의 빵이었다. 시장이나 휴게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화빵이 아니라, 완두앙금이 들어간 빵이다.
“이름이 너무 귀여워요. 꽃 모양을 닮아서 국화라고 하신 거예요?”
“호호, 네 맞아요. 잎 모양이 국화를 닮았잖아요.”
사장님은 아기자기하고 소녀스러운 미소로 대답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피노키오제과점>에는 이렇게 이름부터 마음을 붙잡는 빵들이 종종 보인다. ‘반반빵’도 그중 하나였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런 거 좋아하잖아요. 반반씩 맛보는 거.”
젊은 층의 취향을 의식하고, 그 감각을 궁금해하는 태도가 느껴졌다. 반반빵이라는 말을 듣자 얼마 전 읽은 일본 빵 이야기가 떠올랐다. 1970년대 커플룩이 유행하던 시절, 두 가지 크림(버터크림과 아몬드크림)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만든 ‘페어링’이라는 빵. 빵에도 그 시대의 감각과 분위기가 스며든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게 다가왔다.
가게는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분위기였다. 레이스 천과 라탄 바구니 때문일까, 아니면 여사장님의 빵긋빵긋한 소녀 같은 태도 때문일까. 가게가 깔끔하고 예쁘다고 말하자, 정말 소녀처럼 웃으며 좋아하신다.
“다른 오래된 빵집에 비하면 우리는 뭐, 운동 삼아하는 수준이죠.” 운동 삼아 빵을 만든다는 말에 웃음이 났다. (나 또한 헬스장에서 아령을 드는 대신, 매일 빵 반죽을 들고 싶다)
무엇보다 <태양베이커리>와는 또 다른 결의 발랄함이 이곳에는 있었다. “제일 인기 있는 빵이 뭐예요?” 하고 묻자, 계산대에서 홀로 달려 나와 자신 있게 추천해 주시는 모습이 유난히 건강해 보였다. 여사장님의 추천을 따라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우유식빵’을 골랐다. 산형이 아닌 사각 모양 식빵으로, 노르스름한 일반 식빵과 달리 유난히 새하얀 빛을 띠고 있다.
“뭐 찍을 게 있다고 찍어요. 아, 반반빵 같은 건 찍어 가셔요. 아무쪼록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나가기 전, 여사장님의 든든한 배웅을 받았다. 우유식빵은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원래는 구입한 빵들을 한꺼번에 놓고 사진부터 찍으려 했는데,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식빵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조금 과장하자면 솜사탕을 씹는 듯한 결. 씹을수록 고소함과 담백함이 차분히 퍼지는 게 과연 이 집의 시그니처라 불릴 만한 맛이었다.
‘레트로’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노스탤지어’가 따라온다. 그리고 그 단어는 차분함이나 그리움, 정적이나 흔적 같은 장면을 불러온다. 그런데 피노키오는 그 틀 안에서도 묘하게 활기차면서 밝은 리듬이 느껴졌다.
“우유식빵은 이제 두 개 남았네요.”
그 한마디가 괜히 더 좋았다.
[피노키오제과점]
경기 동두천시 중앙로 221
1. 방문 날짜
2026. 1. 6
2. 방문 시간대
오전 11시 40분경
3. 첫인상
- 녹색과 짙은 고동색 위주의 탁한 색감
-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
4. 역사
- 10년 이상 운영된 동네 빵집
5. 외관
- 빛바랜 물결무늬 어닝이 레트로한 인상을 강화
- 유리문 시트지의 색감이 의외로 경쾌함
- ‘빵 나오는 시간’ 안내 팻말이 간판의 차분함과 대비되어 명랑하게 느껴짐
6. 내부
- 양옆 사이드와 중앙에 빵 진열대가 배치된 구조
- 여백이 느껴져 답답하지 않음
- 동선이 좋아 구경하며 빵을 담기 편리함
- 라디오 소리가 희미하게 들림
- 계산대 뒤편에서 빵을 만드는 생활 소음이 이어짐
- 포장된 빵 위주 진열 / 빵을 담을 수 있는 라탄 바구니 비치
7. 레트로적 요소
- 손글씨로 적힌 메뉴 이름표
- 사장님이 직접 작명한 빵 이름들
- 라탄 바구니와 흑백 타일 바닥
- 금전출납기와 사용감이 느껴지는 계산기
- 수기로 작성된 빵 이름표와 펜던트 조명
8. 메뉴 및 진열
- 단팥빵, 소보로빵, 앙금빵 등 전통 메뉴 위주
- 소금빵, 파운드케이크 등 비교적 현대적인 메뉴도 일부 존재
- 맘모스빵, 카스텔라, 우유식빵이 인기 메뉴
- 정갈한 손글씨와 사장님 특유의 작명 센스가 돋보임
- 케이크 판매는 근처 프랜차이즈 빵집 영향으로 중단
- 식빵 옆에 함께 진열된 딸기잼이 인상적
9. 구입 항목
- 우유식빵
<피노키오제과점>의 시그니처이자 효자 메뉴로, 나오자마자 빠르게 소진되는 편이다. 방문 당시 2개만 남아 있었다. 속이 부드럽고 담백해서 토스트보다는 생으로 딸기잼을 곁들여 먹기 좋을 듯하다.
- 국화
완두앙금빵. 앙금 양은 많지 않으며 무난한 맛이다.
- 반반빵
소보로와 국화를 섞어 개발한 빵으로, 트렌드를 의식한 사장님의 태도가 느껴짐
10. 기타
재방문 의사: YES
우유식빵은 프랜차이즈 빵집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사장님의 활기와 또 다른 창작에서 오는 자극을 느끼러 다시 방문하고 싶다.
11. 한 줄 정리
빵 종류는 많지 않지만, 빛바랜 기억에서 오는 향수로만 여겼던 레트로의 인상이 한결 밝아진 공간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동네 빵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