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과학고등학교 사감이 되다.

공부의 힘으로 새로운 도전

by 백소영

코로나가 한창(2020년) 일 때, 독서코칭 수업이 많이 줄어들었다. 한 두어 달 쉬면 다시 회복이 되겠지 기다렸지만 갈수록 더 심해지는 추세였다. 그때 교육청 공고를 보게 되었다. 교육 공무직으로 다양한 직종의 시험이 있었다. 특별히 가지고 있는 자격증이 없었으므로 사감 시험에 응시하기로 했다. 이건 순전히 시험이나 한번 보자, 어떻게 시험이 나오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남는 시간에 새로운 경험을 쌓아두자는 마음도 있었다.

시험을 위해 따로 공부를 하거나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도전정신이 먼저였고 교육청 직원이 된다는 것도 좋았다. 가장 좋은 것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출퇴근이 용이하다는 것도 좋았다. 합격을 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지. 마음이 동하였으니 인터넷으로 접수도 하고 1차 필기시험도 보러 갔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모인 시험장에 들어서며 어 이건 뭐지 교육공무직 시험을 위해 책을 사보거나 공부를 따로 한 적이 없는 나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분위기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몇 년씩 학원을 다니거나 시험문제집을 사서 공부를 해야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정말 보무도 당당하게 그동안 읽었던 책이나 공부방을 하며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으로 시험장에 입실했다. 인성시험과 정확히 이름도 생각이 잘 나지 않지만 언어, 수리, 사회 등을 섞어 둔 종합과목 이렇게 두 과목의 지필시험이었다.


세상에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지나다니. 시간이 지겹다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 시험을 보기 바란다.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갔음은 물론이고 정신을 뒤흔드는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짧은 시간에 전두엽, 후두엽은 물론이고 측두엽까지 공조를 해도 풀리지 않을 정도의 수학문제에는 펜을 잡은 손에 진땀이 고일 정도였다. 두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나오는 길에서는 와 대단한 시험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도전한 나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빨리 이 시험장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잔잔한 시집을 찾아 읽는 것이 나의 심신의 안정을 위하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답답한 마스크를 쓴 상황에서 드는 생각이었다. 한 모금의 물과 함께.

그렇게 대책 없이, 준비 없이 본 시험은 덜컥 1차에 붙어 버렸다. 2차는 면접시험이다. 나이 오십이 넘어 이제 어디 면접을 볼 일이 없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인생 참으로 다이내믹하구나 싶었다. 경험과 도전하는 일, 열정이 없으면 되질 않는다. 교육공무직을 위해 단기간에 준비하지 않았으나 독서로 살아온 내 인생의 그동안의 과정이 준비 시간이었다. 누구보다도 긴 시간을 준비해 온 것이다. 사감이 내게는 또 다른 운명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는 더 물러설 곳이 없구나. 면접은 잘 준비해야겠다 생각하고 부산 교육공무직 책을 찾아보고, 인터넷 정보들로 준비했다.

2차 면접장에는 코로나 시기였으므로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거리 두기로 면접관과 면접자 사이는 교실의 끝과 끝으로 자리 배치가 되어 있었다.

면접장에 들어가기 전에 구상실에서 면접 문제를 5문제를 주며 5분간 구상 후 면접장에서 한 문제 당 일 분의 시간으로 순서대로 말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사감으로의 자세,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의 대처, 대인 관계의 소통 문제, 제세동기 사용법에 대한 질문으로 기억이 난다. 답변을 다 마치고 조금의 시간이 남았을 때 면접관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덧붙여도 된다고 했다. 지난날 단체 생활을 해 본 경험과 지금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며 학생들의 학업 연장인 기숙사 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마무리했다.


그렇게 사감 첫 공채 시험을 보고 부산일과학고등학교 여자 기숙사 모란관의 사감이 되었다. 매일 밤 11시 수업과 야간자율학습까지 끝내고 들어오는 우리 예쁜이들을 맞이했던 첫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공부를 좋아하지 않고 책을 읽어오지 않았다면 맞이하지 못했을 순간들이다. 책과 공부는 힘이다. 힘들여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힘을 쓰는 일이다. 그 힘이 또 다른 일을 가능하게 한다. 나는 믿는다. 책의 힘을 그리고 꾸준히 성실히 해내는 힘은 책에서 시작되고 나온다고.


지금은 사감을 그만두었지만, 졸업생들이 한 번씩 연락이 오면 너무나 반갑고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얼마 전 여름 방학에는 대학생이 된 00이와 **이와 함께 지냈던 모란관의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며 나도 사회복지학과 공부 중이라고 우리는 언제나 학생이라고 또 깔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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