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회에서 가장 자주 듣는 거짓말

by 백소영

독서회 시작 5분 전,

누군가는 꼭 이렇게 말한다.
저는 오늘 듣기만 할게요.”

이 말을 나는 20년째 듣고 있다.
그리고 20년째 믿지 않는다.

“다 읽지는 못했어요.”
“말할 준비는 안 됐고요.”
“오늘은 조용히 있을게요.”
이 말들을 한 사람들이
대체로 가장 많이 말한다.


인생은 원래 그런 식이다.

어느 날은 이런 분도 있었다.
책을 아예 안 가져왔다.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내가 먼저 물었다.
“책은… 집에 두고 오셨어요?”
그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은 마음으로 읽으려고요.”

놀랍게도 그날
그분의 말이 가장 오래 남았다.
책에 없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독서회를 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항상 말을 잘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중간에 멈춘 사람들이
자기 인생 얘기를 꺼낼 때가 많다.
그 지점에서 책은
지식이 아니라 핑계가 된다.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아주 그럴듯한 핑계.

그래서 나는 독서회에서
“다 읽었나요?”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어디에서 멈췄어요?”
그러면 그 순간부터
사람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서회는 책을 검사하는 자리가 아니다.
사람이 자기 속도를 확인하는 자리다.
끝까지 읽지 못해도 괜찮고,
말이 엉켜도 괜찮다.
어차피 우리는
정답을 찾으러 모인 게 아니니까.

오늘도 누군가는 말한다.
“저는 오늘 조용히 있을게요.”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요, 오늘도 가장 많이 말씀하시겠네요.

그리고 대체로,
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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