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빠르다. 이 여행 블로그를 시작하기 훨씬 전에 혼자 히말라야에 트레킹을 가기로 결정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트레킹 초보자에서 지금은 네팔 현지에 트레킹 여행사를 설립했다. 그래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내가 처음으로 한 트레킹이자, 내가 한 최고의 트레킹 중 하나로 남아있다.
그 당시의 기록들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지금처럼 다리가 없을땐 이곳은 지나가기가 힘들었어. 다리 아래 하류로 건너가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데 한시간 넘게 걸렸던것 같아. 지금은 이 길이 생기고 주민들도 배낭객들도 다들 편하게 다녀.”
6시간정도 지프를 타고 내려서 트레킹을 시작하자 마자 보이는 다리 앞에서 같이 간 가이드가 내게 말했다.
그 다리 안내문에는 17년도에 지어져 18년도에 완공이라고 써져있었다. 287미터의 다리가 매우 길게 뻗어있었다.
촘롱 마을 입구의 있는 첫번째 집에 도착했다. 그 언덕 위에 집은 넓은 뜰마당을 갖고 있었고 꽃 화분들이 가득 놓여져 있었다. 벽돌로 쌓아올린 집 머리 위에는 파란색 잔물결이 일렁이는 철재 지붕이 얹혀져있다.
저녁은 모든게 숨 쉴 때마다 아름답게 흘러갔다. 처음 시작 했을때의 의심들은 이곳에 도착하고 나니 사라져갔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구름 사이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며, 처마 밑에 떨어지는 물방울과 주위에 머무른 새소리를 들으며, 산뜻한 비 냄새를 맡으며, 복도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았다.
나는 지금 이 시간동안만이라도 머릿속에서 다른것들을 걷어내고 나를 달래주는 이 평온함의 시간들과 함께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모든 준비를 하고 촘롱으로 향했다.
차곡차곡 쌓인 돌담길 위에 있는 집들과 그늘진 숲을 지나쳐 입구에 가까이 다다르자 설산을 배경으로 한 진짜 촘롱마을이 나왔다.
기분 좋은 종소리가 주위에 울려퍼졌다. 당나귀떼가 목에 방울을 달고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저마다 배낭을 짊어지고 이 좁은 수천개의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한다.
네팔의 운송수단으로 쓰이는 당나귀들은 쌀과 감자를 싣고 심지어 닭장까지 많은 물자를 싣고 다녔다.
다음날 도반에서 히말라야로 향했다.
이른 아침 차가운 기온에서 듣는 새의 지저귐은 귀를 맑게 씻어내린다. 새소리를 들으며 걷는다는건 축복이다. 그 소리만큼이나 발걸음이 가볍다.
산 절벽에서 하얀 우유 빛깔의 폭포수들이 여러갈래로 나뉘며 산기슭을 타고 내려가 시원하게 물줄기를 뿌려준다.
고지대의 풍경은 골짜기와 협곡들이 광활하게 펼쳐져 시선을 압도한다.
모디꼴라강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눈사태로 인해 길이 끊긴곳에 임시로 설치된 고철 다리가 놓여져있었다.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다리 위를 한 사람씩 천천히 건너갔다.
조금씩 추위가 느껴지자 가벼웠던 복장들을 점차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눈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 보였다.
경사진 비탈면은 얇은폭으로 성인 한사람이 서있을 정도의 길이였다. 아슬아슬한 암반로 측면의 좁은 길을 계속 걸어나갔다.
그 아슬아슬한 고개를 넘어가 그 길 끝에는 마차푸차레 롯지로 향하는 계단이 놓여져 있었다. 높은 언덕배기 위치한 롯지가 드디어 보였다.
우리는 남은 시간에 고산병도 이겨낼겸 카드게임을 시작했다. 카드게임명은 "jitty"라고 불렸다.
각자 아홉개씩 카드를 받고 나머지는 가운데에 안보이게 가려놓았다. 상대방의 카드를 뽑아 내 카드와 맞는 숫자나 그림이 없으면 그대로 가져야했고 일치하면 아래에 카드를 내려 카드 수를 점점 줄여나가는 사람이 이기는것이였다.
다음날
새벽 4
시. 밤과 새벽의 중간사이.
식당 안 얕게 깔린 전등불 아래서 추위에 메마른 옷깃들이 바스락 부딪히며,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말 없이 조용히 짐을 싸기 시작했다.
우리는 간단한 옷가지와 물 그리고 램프와 등산스틱만 챙겼다. 히말라야 일출을 보기위해서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까지 두시간 정도 더 올라가야했다.
나는 전날 입고 자던 옷 그대로 일어나 모자만 눌러썼다. 차가운 공기를 밀어내며 밖으로 나오자 하얀 서리가 낀 입김과 함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감탄이 쏟아져 나왔다.
"은하수다!"
환상적인 별빛에 매료되어 이 순간 내 눈망울은 별빛을 따라 걸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밤 하늘 아래 우리는 비탈길을 행진했다.
하얀 눈밭은 달의 표면을 닮았고 그 밤 하늘은 해저를 헤엄치는 기분이 들었다. 행진하는 발자국 소리만 사박사박 들린다.
밤 하늘 아래 우리는 어떠한 색깔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거친 숨을 쉬며 조심스레 행렬을 이루며 힘겹게 올라갔다.
밝은 새벽을 맞이하기 위해 몸에 무게를 싣고 얼어붙은 그 길을 걸었다.
계속 올라가자 비탈면 꼭대기에 다다랐다. 손은 점점 시려워져갔다.
차가운 새벽길을 벗어나기 위해 손은 트레킹폴을 꽉 쥔 채 조심해서 발을 옮겼다.
조금씩 멀리서 안나푸르나베이스 캠프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환하게 웃으며 조금씩 그곳을 향해 다가갔다.
표지판에 가까워지자 위엄한 자태로 서있는 세개의 표지판이 몸에 깃발을 감싸고 힘차게 휘날리며 나를 맞이해 주었다. 점점 하늘이 밝아지고 해가 떠오를 준비가 되었다.
나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을 담아보려고 몸을 돌려 주위를 훑었다.
오랜시간 차갑게 얼어붙은 그 주위를 녹이듯 황금빛깔이 희망차게 떠올라 사람들의 시선 앞에 모습을 드러내 어둠속에 가려져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색을 찾아가며 웃음을 띄고 활기를 되찾아갔다.
봉우리들이 이제서야 제 각기 모양이 다르다는게 보였다. 우아하면서도 강인한 산 봉우리들에 모습들이 차례차례 펼쳐졌다.
이 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잘 해냈는지 내겐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