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를 마친 그 해, 나는 다시 네팔로 떠났다. 직장 생활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시도한 두 번째 여행이었다.
유럽, 미국, 태국, 홍콩, 대만 등 수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왜 이토록 내 발걸음은 끊임없이 네팔로 향하게 되는 것일까.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내 자신이 좋다. 익숙한 궤도를 벗어나,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내가 좋다.
9월, 아직 우기가 끝나지 않은 네팔. 어깨 위로는 눈물방울만큼의 비가 촉촉이 스며들고, 무성한 초목 아래에서 빗방울이 조용히 내리기 시작한다. 바닥에서는 거머리를 피하기 위해 우비를 깔고 앉았다.
웃는 사진들이 많은 걸 보니, 이때까지는 정말 신이 났던 것 같다.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하고 풍성한 길의 풍경들이 펼쳐지는 마르디히말.
트레킹을 할 때면 자신감이 점점 차오른다. 하나씩 해낼 때마다, '나는 잘하고 있어'라는 확신이 든다. 독립적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며, 내면은 성취감과 자유로 가득 차오른다. 그 모든 순간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드디어 오늘의 종착지인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의 표지판이 보인다. 손질되지 않은 머리와 헝클어진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이 여정을 즐기고 웃으며 만족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 그렇게 내 가을의 또 다른 발자취를 이곳에 남긴다.
이후로 하이캠프에 도착했을 때, 고산병에 시달려 제대로 밥도 먹지 못했다. 대신 따뜻한 물의 온기에 몸을 맡기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로 향할 준비를 했다. 고도가 더 높아질 것을 대비해 두꺼운 바지와 양말을 챙겨 입고, 머리를 따뜻하게 보호하기 위해 털모자도 썼다.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빗물에 맑아진 숨결이 걷는 것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빗물에 젖어 비스락거리는 풀잎을 스치며, 고지대 초원의 고요함 속에서 히말라야의 원시적이고 길들여지지 않은 아름다움과 마주한다. 그곳에서 나는 순수한 초월의 순간을 경험한다.
일출이 서서히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어둠을 뚫고 올라오는 첫 빛의 기운에 미소가 자연스레 번지며,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쥔 채 몸을 녹였다. 눈앞에 펼쳐진 일출을 바라보며 이 아름다운 순간을 온전히 즐긴다. 조용한 아침의 평화 속에서 하늘과 땅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며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더 많이 걷고, 덜 말하는 법을 배운다.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기며, 나와 이 신비로운 풍경이 그저 조용히 여기 함께 서 있다.
작은 오두막에 들어가자 농장 주인이 갓 끓인 따뜻한 우유를 건네주었다. 부드러운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며 따스함을 느낀다. 밖으로 나가니 농장 안에서 야크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가축들과 함께 산속에서 살아가는 단순하고 순수한 삶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마르디 캠프로 가기 위해 힘든 여정을 다시금 시작했다.
결국 야크 농장에서 마신 우유 때문인지 배탈이 나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비록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이곳까지의 여정 속에서 즐기고 행복했으니 그걸로 충분히 만족한다.
그렇게 다시 하이캠프로 돌아와 포카라로 하산하기 위해 진흙투성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몬순 기간이라 비가 정말 많이 내려서, 폭우처럼 쏟아지는 빗물에 발이 푹푹 빠지며 정신없이 내려왔다.
네팔 트레킹 l 투어 l 원정 전문 현지 여행사
어치브 트렉스 & 익스페디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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