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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Oct 05. 2019

뒤주를 모델로 한 독서실

고등학교 이후로 카페에서만 작업하다가 성인이 되어 오랜만에 독서실에 갔다. 지긋지긋한 간호학과 전공책의 무게 때문에 한곳에서 오래 공부하고싶었다. 독서실을 구경하면서 총무는 독립형이란 곳을 보여줬다.

혼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고해서 기대를 안고 들어간 그곳은 뒤주였다. 독립실을 보자마자 사도세자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뒤주책상을 일반 독서실 책상보다 더 비싸게 주고 구입해야 한다니. 이건 왜 형벌이 아닌가 생각했다

스카이캐슬 드라마를 보면 뒤주 독서실 책상이 나온다. 집에서도 최고의 집중을 할 수 있다는 뒤주는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일반 독서실 책상이 마침 꽉 차버려서 강제로 뒤주를 비싸게 끊었다

15일인데 답답하면 얼마나 답답하겠나 싶었다. 뒤주에서 공부하는 경험은 신비로웠다. 뒤주는 양사방이 막혀있다. 나와 같은 뒤주가 일렬로 세워져있는데, 사람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여기 나 혼자 공부하나싶어 무서워진다.

한창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누군가 기침을 하거나 부스럭거려준다. 뒤주 어디에 사람이 있는지는 절대 모르고 소리로만 사람이 있구나 짐작한다. 나는 너무 궁금한 나머지 새벽시간이 되면 뒤주 문을 한번씩 열어보고 싶을 때도 있었다. 위에 씨씨티비가 반짝이고 있어 참아야했다

양사방이 막혀있는 뒤주는 소리만 내지 않으면 무슨짓을 해도 모른다는 해방감이 있다. 하지만 독서실에서는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사람을 씨씨티비로 보고 쫓아내버린다. 1984에 나오는 감시시스템 못지 않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뒤주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뒤주인 몰입실도 있다. 몰입실은 뒤주가 좀 더 넓은 헝태다. 어느새 일반 독서실 책상보다 고시원을 떠올리게 하는 뒤주가 더 가격을 높이 받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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