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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Nov 19. 2019

공정함에 대하여-2

간호학과 팀플은 무시무시하다. 과목이 13개이면, 팀플이 13개다. 여기에 팀플이 한학기동안 연속적으로 이뤄지다보니 한 주에 두,세개씩 발표하는 일도 허다하다.


그러다보면 친한 애들끼리 팀플을 해도 문제가 생긴다(랜덤으로 하면 단톡방에서 서로 욕하면서 싸우는 일이 많다) 몇일동안 잠을 못자는 극한 상황에서 사람은 예민해지고, 니가 더 일을 하니 내가 더 일을 하니에 대한 불만이 생기게 된다.


내가 나이가 있다는 이유로 팀에서 일을 분배하는 역할을 맡게됐다. 우리팀에는 40대 만학도언니가 한 분 있다. 언니는 최대한 열심히하려고하지만, 피피티를 만지는 일이 다른 사람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해 다른 친구들이 불만을 가지고있는 걸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니를 데리고 피피티 강의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을 진행하려면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좀 더 줄 수밖에 없다. 어차피 걸리는 시간은 똑같으니까. 그리고 일을 더 준다고해도  피피티 2장 더하기 이 정도이다


40대 언니가 프린트물을 인쇄할 때 돈을 더 부담하게 하는 식으로 공정함을 지키려고 한다. 또한 어린 친구들이 40대 언니를 배려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근데 다른 팀원들이 내게 와서 내가 일을 제대로 분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왜 40대 언니 편의만 봐주냐고 물었다. 일을 진행해야해서 그랬다고, 우리 여섯명이 팀플을 진행하기 위해 다른 방법이 있으면

깊이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해결책은 없고 그저 불평불만 뿐이다. 우리끼리 다하고 40대 언니 이름을 빼야 직성이 풀리겠냐고하니 또 답이 없다.


물론 나도 부족한 면이 있다. 다른 팀원들이 40대 언니의 일을 대신 하는 만큼, 내가 다른 팀원들을 달래고 격려해줘야 했다. '너 아니면 우리팀이 어떻게 굴러가냐'는 등의 낯간지러운 말(이런 말은 잔뜩 일 시켜놓고 해설사 선생님들이 정말 잘 하신다. 얄미워도 마음이 풀리기는 한다)


하지만 나도 인성이 덜 되어서 다른 팀원들이 그저 미웠다. 여기에는 다른 팀원들에게 일을 조금씩 나눠주고 어려운 부분을 내가 맡아서 한 것도 있었다.

나는 어려운 부분 다하는데 불만이 없는 줄 아나라는 어린 속마음도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해서 팀플 인간관계는 파국을 치닫고 있다. 요즘 나라 전체에서도 공정함이 화두다. 사회적 약자와 부자와 중산층이 모두 공정한 출발선에서 달려야한다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모두 똑같은 걸 받고, 달리기를 시작하고 싶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미 벌어져있는 차이는 어떻게 될 것이냐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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