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의 품격

사전투표

by 이생망

투표를 한다는 건 민주주의에서 커다란 사건이다. 우리 지역을 다스릴 사람을 내 손으로 뽑을 때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첫 선거를 하고 나서부터 투표는 내게 신성한 이벤트였다.


후보들의 공약집이 오면 주의깊게 봤고, 공약을 정리도 해봤다. 관련 지역 뉴스도 열심히 챙겨봤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맥이 빠졌다.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전과가 없기를 바라는 건 욕심일까.


이번 우리 지역구의 유력 후보 두 명은 모두 전과가 있다. 이름도 찬란한 음주운전이 공통점이다. 파란 후보는 여기에 선거법, 건축법 위반을 저지르셨고, 핑크 후보는 폭력 전과가 있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공천을 받았나. 한심하고 실망스러웠다. 어릴 때부터 빨간줄이 그인다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주정차위반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한 지역을 다스릴 후보들은 일생을 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전과자 두 명 중에 선택하려니 투표를 기권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결국 전과없는 제3의 후보를 선택했지만, 사표가 될 수도 있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매년 느끼는 일이지만 후보 공약집에서 전과 없는 사람을 추리고나면 한두명이 남는다. 그렇게 많은 사람 얼굴들이 다 사라질 때, 허망하다. 투표에서 전과 없는 사람 찾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 함께 나빠져야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