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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Dec 07. 2020

방역에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현황분석: K-방역의 핵심인 3T 전략

 우리는 지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태 초기에 최대 피해국 중의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3월말 이후 빠르게 확산세가 진정되었고 현재까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존스홉킨스대학의 한 연구소가 작년 10월에 발표한 ‘2019년도 세계보건안전성 지표’라는 것을 보면, 195개국 중 한국은 세계적 유행병에 대응할 준비가 가장 잘 되어 있는 최상위 10개국에 속해 있다. 이 10개국에 포함된 비서구 국가는 타이(6위)와 한국(9위) 뿐이고, 이탈리아도 독일도 여기에 들어 있지 않다. 

 코로나 대응에 관한 우리나라 정부의 공식적인 대응은 투명성(transparency), 개방성(openness), 민주성(democracy) 등 3원칙을 기반으로 3T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3T 전략은 검사(testing)-추적(tracing)-치료(treatment)의 영문 첫 글자를 모은 것으로 대량의 빠른 검사와 추적을 통해 확진자를 조기에 찾아내어 격리와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바이러스 확산 초기부터 완벽한 투명성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접촉자를 추적한 것은 물론 바이러스 검사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신속하면서 대량으로 하는 바이러스 검사 한가운데에는 의료진이 있다. 그 중에서도 K-방역 모델 핵심인 역학, 진료 등에 필요한 보건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점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는 보건 의료 인력 수급(보건의료인력지원법)

 보건 의료 인력은 가장 핵심적인 의료자원으로서, 한 국가의 보건 의료 인력의 양과 질은 그 국가의 의료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단기간에 수급을 조절할 수 없는 보건의료 인력의 특성상 잘못된 수급정책은 장기간에 걸쳐 국가의료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의료 인력의 과잉공급은 의료수요를 창출하여 불필요한 의료이용과 국민의료비를 증가시키며, 반면 공급이 부족하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의료취약계층이 증가하기 때문에 의료 인력의 공급에 정부가 일정수준 개입하는 것은 필요하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한다. 

 우리도 여기에 발맞춰 2019년 4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의료기관, 보건소를 포함한 보건의료기관에 간호사 등 의료인, 약사, 의료기사, 응급구조사 등을 포함한 보건의료인력의 수급을 원활하게 하고 복지를 향상시키며 중장기적으로 보건의료인력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법 시행에 따라 정부는 매 5년마다 보건의료인력 정책의 방향과 인력 양성, 공급, 적정 배치, 근무환경 개선 및 복지향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종합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또한 3년 주기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근거도 마련함에 따라 보건의료인력 양성과 공급, 활동 현황과 근무 환경 등을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보건의료인력의 실태 파악을 위해 의료기관의 취업상황 신고도 의무화된다. 이밖에도 보건의료인력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하는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보건 의료 인력 수급에 대한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정책 수립에 대한 한계가 드러났다. 3월 대구 신천지 사태와 관련한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보건 의료 인력이 부족해졌을 때, 종합적이고 효율적인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간호협회, 의사협회, 언론을 통해 보건의료인력을 모집했다. 이렇게 모집한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고, 코로나19 환자 병동 근무 간호사들의 수당이 늦게 지급되는 등의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해결점전국의 보건의료 인력을 총괄하는 공중보건 인력관리본부 신설

 공중보건 위기가 주기적으로 올 것에 대비하려면 보다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시체제에 대비하는 군조직과 같은 형태의 강력한 조직이 필요하다. 대구 코로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보건의료인력지원법만으로는 종합적인 대책 수립을 하기 쉽지 않다.  

 먼저 보건복지부에 공중보건 인력관리본부를 신설하여 전국의 보건의료 인력을 총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의 공중보건 인력관리본부를 벤치마킹하면 된다. 이번처럼 공중보건위기가 발생하면 중앙과 지방이 통합지휘권의 지침에 따라 신속하게 역학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중앙과 지방의 역학조사관, 공중보건의사,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시도 감염병지원단 등이 통합지휘 대상이다. 

 공중보건 인력관리본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훈련과 전문적인 인사관리를 담당해야 한다. 경력에 따른 승진과 적재적소 배치 등의 권한을 가져야 한다. 현재의 공무원법 등 인사 체계 내에서도 부처 간,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충분히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전문가는 담론의 장을 마련해 교육하고 토론하는 등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해야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공중보건위기 국면에서는 민간 전문가를 일시적으로 채용하여 활용할 수 있는 공중보건위기대응 거버넌스도 구축해야 한다이를 위해 가칭 ‘공중보건을 위한 특별조치법’의 제정을 검토해야 한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중, 장기적 대응방안이 마련된다면 앞으로 다시 글로벌 공중보건위기 상황이 도래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신속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단기적인 대책보다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인력확보를 위해서는 신규 양성보다 현재 활동하는 전문 인력에 대한 전문적인 관리체계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2019년 4월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을 통해 의료인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한 보건의료인력 심층 조사는 좋은 시도이지만, 좀 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미국의 공중보건사업단(office of the surgeon general:OSG) 사례를 보면 장기적인 보건의료 인력 관리의 효과를 찾아볼 수 있다. 1889년 법적으로 공식 조직이 된 OSG의 공중보건 인력관리본부는 공중보건 전문가를 임명하여 미국 전 지역 및 필요하면 다른 나라에도 파견하고 있다. 역사가 깊은 만큼 공중보건과 관련된 풍부한 경험과 역사를 보유하고 있어 중요한 보건문제를 과제로 선정하여 정부와 의회에 주요 보건정책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미국도 한국처럼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함께 겪고 있다. 하지만 OSG의 지휘에 따라 코로나 상황에 지원 하고 싶은 의료인 모집 홍보를 대대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한국도 보건인력관리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면 앞으로 닥칠 팬데믹 상황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방역에는 지름길이 없으며일상을 안전하게 하나씩 바꾸어 나가는 길밖에는 없다는 걸 명심하고보건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첫걸음을 떼야한다     


참고문헌

이진용 교수, 현장에서 경험한 코로나 대응을 위한 3T 전략,서울대학교,2020

존스홉킨스대학의 2019년도 세계보건안전성 지표

고신정,보건의료인력지원법 시행, 무슨 내용 담겼나?,의협신문,2019

신경철,보건의료인력지원법 시행,치의신보,2019

오영호,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수급전망과 정책방향 2020~2030,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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