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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생망 Dec 28. 2020

부모와 아이의 캥거루케어

[다큐3일] 1g의 기적 -신생아 중환자실 72시간

다큐를 통해 신생아 중환자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장면은 캥거루 케어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중환자실에 아이를 입원시킨 부모님들이 하루에 두 번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있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아 직접 케어할 수 있는 오후입니다. 

 엄마가 캥거루처럼 미숙아를 부모의 앞가슴에, 수직 위치로 안고 일정 시간 동안 피부를 맞대는 일을 캥거루케어(Kangaroo mother care)라고 합니다. 캥거루케어의 시작은 콜롬비아 보고타입니다. 인큐베이터 등의 의료 설비와 인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자원 부족으로 시작된 캥거루케어법이지만, 인큐베이터가 아닌 캥거루케어를 통해 아이를 키우면 장점이 많습니다. 아기의 체온 소실을 막아주고 호흡이 안정되며 잠도 잘 자게 해주고 보채는 것도 줄일 수 있습니다. 아가를 잘 돌봐줄 수 있으니 엄마가 아가를 보는 데 자신감이 생겨 모아관계가 좋아집니다. 

 영상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캥거루 케어의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엄마가 손을 깨끗이 씻고, 사정이 허락하면 샤워를 한 후 젖먹일 때처럼 엄마의 웃옷 여밈을 풀고 브레지어는 벗습니다. 아가는 기저귀만 채운 채 옷을 다 벗기는데 미숙아의 경우는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모자를 씌웁니다. 

 다음으로 아가를 엄마의 맨 가슴, 즉 양쪽 유방 사이의 오목한 부위에 세워서 엎드린 자세로 안습니다. 이런 자세로 엄마 옷을 아가 위로 여미거나 따뜻한 천으로 아가를 감싸고 포대기나 슬링, 천 기저귀 등을 이용하여 아가를 엄마 품에 밀착시켜 잘 고정하면 됩니다. 

 캥거루 케어는 주로 미숙아 집중치료실에 있는 미숙아들이나 이 아가들이 퇴원해 집에 돌아온 후 충분히 자랄 때까지 안전하게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2011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집중치료실 캥거루케어에 대한 간호사와 의사의 인식 중 기도 내 삽관하고 있는 아기와 1,000g 이하의 아기에게 행해질 때는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입원한 미숙아들은 심폐 기능이 불안정하고 정맥 주사나 수유를 위한 튜브 등을 달고 있는 상태라서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잘못하다가는 삽관이 빠질 수 있고 동맥, 정맥 혈관 라인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극소저체중아의 안전은 생명과 직결됩니다. 

 캥거루케어 중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높습니다.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캥거루케어를 시행하고 있는 병원은 많지 않고 명확한 국내시행용 가이드라인이 없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보다 한 간호사가 담당하는 미숙아의 수가 더 많은 국내 현실을 감안해보면, 캥거루 케어를 시행하려고 해도 막막함만 가득할 뿐입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캥거루 케어를 시작합니다. 아기의 상태나 반응 정도에 따라 하루에 한 번, 5분부터 시작하여 최대 2-3시간 까지 시행하고 있습니다. 캥거루케어를 시행하고 있는 병원에서 선도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도 활발해져야합니다. 

 두 번째 문제로는 부성 애착입니다. 영상에서 보여주는 캥거루 케어는 엄마와 아기의 모아 애착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변화하는 사회분위기는 부모 모두 양육에 참여하고 애착 형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빠와의 캥거루 케어도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캥거루 케어는 젖먹이는 것과는 달라 아빠도 할 수 있습니다. 아빠가 해주면 아가는 엄마 품과는 다른 체취와 느낌을 느낄 수 있고 이 틈에 엄마도 휴식을 취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30~60분 정도부터 시작하여 아가의 상태에 따라 점차 시간을 늘려갑니다. 

 캥거루케어는 아기에 대한 훌륭한 간호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착을 촉진시키고 아기의 신체적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며 부모의 자신감을 증진시키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에서 효과적인 간호중재라고 증명된 만큼,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합니다. 다른 치료법에 비해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점도 커다란 장점입니다. 

 캥거루케어의 확산을 위해서는 적용대상 기준과 안전에 대한 지침이 명확하게 제시된 국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의료진들도 캥거루케어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합니다캥거루케어에 참여하도록 보호자를 격려하고 감독하는 일도 필요합니다또한모아애착 뿐 아니라 부성 애착도 형성될 수 있도록 부모 모두를 위한 캥거루케어를 연구해야 합니다

 병원에서는 보통 환자를 치료한다고 하는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아기를 키운다고 한다는 다큐의 나레이션이 마음에 남습니다. 병원 인큐베이터 안에서 하루에 2-30g씩 자라날 수밖에 없는 아기들이 캥거루케어를 통해 더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간호중재가 널리 시행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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