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인연이란...

by Yan

“이 넓은 세상에서 왜 나는 이 사람을 만났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이 사람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우연일까?
수십억 인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나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있었고, 말을 건넸고, 관계를 맺었다는 건 단순한 우연이라고 말하기엔 무언가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따라온다.

인연이라는 단어에는 통계가 담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 통계를 한 번쯤 상상해보면,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된다.


수만 명 중 단 한 사람

지금 지구엔 약 80억 명이 살아가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이 인생 동안 마주치게 되는 사람의 수는 평균 8만 명 정도라고 한다.
이건 '스쳐 지나가는' 수준의 만남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식당에서, 길거리에서 한 번 마주치고는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들.

조금 더 깊이 관계를 맺는 사람은 훨씬 적다.
이름을 기억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주고받는 사람은 300명 이내.
그리고 진짜로 삶에 영향을 주는 ‘중심 인연’은 많아야 10명 정도라고 한다.

확률로 환산하면,
80억 분의 10.
0.000000125.
우리는 그 낮디 낮은 확률을 뚫고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인연의 갈림길에서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를 떠올려본다.
지하철 문이 닫히기 직전, 타느냐 마느냐의 선택 하나로 여주인공의 인생이 전혀 다른 길로 흘러간다.
그 작은 선택이 어떤 사람을 만나게도 하고, 또 어떤 인연을 잃게도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삶도 늘 그런 갈림길 위에 있다.
조금만 늦게 도착했어도 만나지 못했을 사람,
어느 날 기분이 좋지 않아 말을 걸지 않았던 사람,
혹은 우연히 SNS 알고리즘이 연결해준 인연.

그 모든 건 무수한 확률의 교차로였다.


동서양이 말하는 ‘운명’

동양에선 이런 이야기가 있다.
“천 번의 생을 살아야 한 번의 인연이 맺어진다.”
불교와 도가 사상에 뿌리를 둔 이 말은, 인연의 깊이를 숫자로 환산해버린다.
우리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은 천 생을 거쳐서야 만난 존재라는 것이다.

서양에서도 비슷한 관점이 있다.
미국의 작가 미치 앨봄은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누구를 만나는가’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돈보다, 지위보다, 때로는 자신의 노력보다 큰 힘을 가질 때가 있다.
내가 누구를 만났는가에 따라, 내 인생의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관계를 다시 바라보다

우리는 그 확률을 뚫고 지금 누군가를 알고 있고, 또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함께 일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너무 익숙해져서 그 인연의 가치를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보자.
“이 사람과 내가 마주칠 확률은 얼마나 낮았을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더 천천히, 더 정중히, 더 따뜻하게 관계를 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오늘부터 나도 내 옆에 있는 아내에게 충성을 다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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