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한 친구들과의 회식자리에서, 한 친구가 중국 출장을 다녀온 후 마오타이주와 수정방을 가져왔다. 마오타이주는 다양한 향이 느껴지는 명주였고, 수정방은 하나의 향기로 쭉 가는 것이 위스키보다 목넘김도 좋았다. 내가 마시는 이 술의 세계를 알고 싶다.
인류가 술을 빚기 시작한 것은 언제였을까?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남은 곡물과 과일을 자연스럽게 발효시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술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기술이자 문화, 그리고 이야기의 매개체였다.
나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술을 마셨고, 그 한 잔마다 누군가의 삶, 어떤 지역의 역사, 그리고 그 나라의 정서를 엿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자주 마주치는 술이 맥주였다.
맥주 – 곡물에서 태어난 청량한 과학
독일 뮌헨의 어느 저녁, 현지 친구가 건넨 진한 색의 흑맥주 한 잔. 거품이 마치 크림처럼 부드러웠고, 고소한 향이 풍겼다. "이건 500년 넘은 방식으로 만들었어," 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보리를 싹 틔우고, 물과 홉, 효모만으로 만드는 독일식 맥주는 맥주의 정석이라 불린다.
맥주는 크게 두 갈래다. 저온에서 천천히 발효시켜 청량감이 뛰어난 라거, 그리고 고온에서 짧게 발효해 과일향과 깊은 맛이 도는 에일. 인도를 향하던 영국 상선에서 생긴 IPA는, 선박의 장거리 운항에 맥주가 변질되자 홉을 대량으로 넣은 데서 시작된 맥주다. 본래는 실용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인기 있는 스타일 중 하나다.
와인 – 포도가 들려주는 땅과 햇살의 이야기
프랑스 보르도의 작은 와이너리에서 만난 와인 장인은 말했다. "와인은 기후의 기록이고, 토양의 기억이야." 그가 들려준 포도밭의 이야기는 마치 농부이자 철학자의 말 같았다. 수확 시기부터 발효, 숙성, 병입까지 그 모든 과정이 자연과 인간이 주고받는 대화처럼 느껴졌다.
레드와인은 껍질과 함께 발효해 탄닌이 풍부하고 무게감이 있다. 화이트와인은 껍질 없이 담백하고 상큼하다.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처럼 기포가 살아있고, 로제는 딱 중간의 경쾌함을 가진다. 샴페인을 처음 만든 수도사 돔 페리뇽은 그것을 마시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다."
증류주 – 불로 태어난 순수의 결정
술을 불에 올려 끓이는 일은 위험하고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만 높은 도수의 순도 높은 술이 태어난다. 이를테면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는 오크통에서 수년을 보내며 나무향과 스모키한 풍미를 입는다. 반면 러시아의 보드카는 최대한 중성적이고 맑게 정제되어 어떤 음식과도 어울린다.
나는 필리핀에서 사탕수수를 증류해 만든 럼을 마신 적이 있다. 해적들이 즐겼다는 바로 그 술이었다. 아가베에서 뽑아낸 멕시코의 테킬라는 축제와 열정의 상징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포도주, 즉 와인을 증류해 만든 브랜디다.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나는 브랜디는 고급 와인을 한 번 더 끓여 만들어지는데, 그 풍미는 숙성되며 더 깊어진다. 브랜디는 마치 농밀한 와인의 정수 같았다.
막걸리 – 흙과 이웃, 그리고 시가 섞인 술
서울의 어느 골목에서, 나는 작은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빚는 장인을 만났다. 찐 쌀에 누룩을 넣고 발효시키는 그의 작업실은 온통 발효 향으로 가득했다. “이건 살아있는 술이야. 하루하루 맛이 달라지지.”
막걸리는 예로부터 농부의 술이자 선비의 술이었다. 조선의 어느 문헌에는 ‘막걸리를 마시지 않는 자는 믿기 어렵다’는 구절이 있다. 가볍게 마시는 듯하지만, 그 안에는 시간과 정성이 들어 있다. 요즘은 과일향이나 탄산을 더한 막걸리도 유행인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방식이다.
소주 – 가장 한국적인, 가장 정교한
소주는 한국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전통적으로는 곡물을 발효해 증류한 깊은 맛이 나는 소주가 주를 이뤘지만, 현대에는 희석식 소주가 대중화되었다. 깔끔하고 가벼운 맛 덕분에 누구와도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건, 소주의 뿌리다. 고려 말, 몽골의 '아라키'라는 증류 기술이 들어와 안동 지역에 뿌리를 내렸고, 그것이 오늘날 안동소주나 이강주 같은 전통주로 이어졌다. 불로소주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약이자 장수의 상징이었다.
술은 문화다. 그리고 기억이며, 이야기다. 오늘 당신의 잔 속에도 누군가의 삶이 녹아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잔을 천천히 음미하며, 당신과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눌 준비를 한다.
건배! 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