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의 탄생과 번영

by Yan

한 나라가 태어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것이 전쟁의 승리도, 민족의 해방도 아닌, 쫓겨나듯 얻은 독립이었다면 말이다.

1965년 8월 9일.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연방으로부터 강제 퇴출을 당하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당시 인구는 200만도 채 되지 않았고, 자원은 전무했다. 전기도 식수도 주변국에 의존해야 했고, 군대조차 없었다.

그날, 리콴유(Lee Kuan Yew) 총리는 TV 앞에서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것은 제가 일생 동안 슬픈 순간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말레이시아가 필요합니다. 경제적 생존을 위해서도, 역사적으로도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혼자서 살아가야 합니다.


바다 위의 작은 섬, 세계를 향한 시선

사실 싱가포르는 오랜 세월 교차로에 선 섬이었다.
말라카 해협의 중간 기착지, 동서양을 잇는 항로 위에 떠 있는 전략적 요충지.

1819년, 영국의 스탬포드 래플스가 이 섬의 가치를 알아보고 상업항으로 개발했고, 이후 싱가포르는 홍콩과 함께 영국 제국의 동양 무역 거점으로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그 번영은 어디까지나 식민지의 번영이었을 뿐, 스스로의 것이 아니었다.


절망을 기반으로 설계된 미래

1965년 독립 이후, 리콴유와 그의 팀은 현실을 직시했다.

“자원이 없다면, 사람과 시스템으로 승부하자.
이것이 그들이 선택한 방향이었다.

외국 자본 유치 →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행정과 법치 구축

영어 기반 교육 →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인재 양성

다민족 통합 → 주거지의 인종 비율까지 규제하는 과감한 정책


이러한 전략은 때때로 ‘과도한 국가 개입’으로 비판받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싱가포르를 질서와 효율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리콴유는 말했다.

“나는 국민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해낸 일로 존경받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감정으로가 아니라.”


세계의 도시가 된 작은 나라

불과 반세기 만에 싱가포르는 다음과 같은 타이틀을 얻게 된다.

글로벌 금융 허브

세계 항만 물류 1위권 국가

아시아 스타트업 중심지

살기 좋은 도시 1위 (비용은 제외하고…)

그 배경에는 단순한 경제 지표를 넘어서는 철학이 있다.
싱가포르는 ‘작다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유연함과 집중의 기회’임을 증명해낸 나라다.


싱가포르는 단순히 잘 사는 도시국가가 아니다
현대 국가가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살아 있는 실험실이자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 국가이다.


직접 싱가포르에 가보면 느낀다.
화려한 쇼핑몰과 고층 빌딩 사이를 걷는 당신의 눈에 낯선 노동자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들은 방글라데시, 미얀마,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다.
도시의 숨겨진 곳에서 건설하고, 청소하고, 배달하며 조용히 움직인다.

싱가포르는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소비를 유도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그 결과 빈부 격차는 명확하지만, 전체 국가의 외형은 단단하고 풍요롭다.

이 모델은 과연 이상적인 것일까? 이 질문에는 고민이 되는 부분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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